11월16일저녁
농장을둘러보고 집으로돌아와서 간단히씻고 주변을 둘러본다
거대한 나무들이 우뚝서있고 앞으론 좀작지만 강이 흐르고
잔디가 잘 정리되어있고 자연환경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어보인다
한참을둘러보다 집앞잔디밭에 둘러앉았다
우리팀 감자들 4명이 편한대로 앉고 그집 막내딸이 기웃댄다
아마 궁금한가보다
우리팀중에 십년아래인 한친구가있고 그 다음이 나
그리고 5십중반둘....
젊은친구가 회화가 좀되고 내가 약간, 그리고 둘 깜깜..ㅎㅎㅎ
불러앉혀놓고 이것저것물어본다
이름이 뭐냐, 나이는, 하는일은 등등을물어본다
나이21세에 전문학교를마치고 현재 집에서 컴퓨터에관한걸 공부하고있다고한다
한국을아느냐고하니까 모른다고대답하고 보기엔 너무 순진하다
취미가뭐냐니까 아버지 일도와주는거란다
이대답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한참을생각하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나온다
아마 딸이 걱정돼서나보다
그런데 내가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으니까 그게 신기한가보다
입식문화에 이해하기어려운 우리문화
이야기하다 문득 결가부좌(부처님자세)를하니 요가라고 한다
보긴 보았나보다
웃고 난리가났다,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딸을일으켜운다
혼자일어서지못하고 손을잡아줘야 일어서는 딸을보며
내심 미소를짓는다
주인아저씨가들어왔다
낮에본 농부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을느꼈는데
집에서의 모습은 중후한 영국신사의 품위를 느낄수있다
저분이 그농부였던가......
다른모습의 주인과 가족들. 그리고 우리넷
식탁에 둘러앉아 접시에놓인 쌀밥과 야채고기볶음
와인, 맥주, 그리고 우리의영원한 동지애를 느낄수있는팩소주(가져간 선물중일부)
천천히 그들의 풍속대로 대화와 함께 배를채운다
참으로 답답한건 이들의 말이 도대체 영어사투리인지 줄인말인지
분간이잘안된다
결국 볼펜과 종이를디밀며 쓰기를한다
별다른 뜻도아닌것을 다아는 말을 그곳대로 하니 못알아들을수밖에...
이젠 서로말하다 안되면 아예 지필묵 대령이다.
식사가 끝난후 차한잔하며 이 아저씨 자기네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준단다
사진을가져온다
봄부터가을까지 파종과수확의끝까지 촬영해놓았다
낮에보고와서 사진을보니 우리의 농사규모와 방법으론 말을잊는다
헬기를이용하며 대형농기계를 움직이고 수많은 양떼를 몰고
넓은뜰에 불을놓고 물론 개인소방차를 대기시키고.....
사진으로보며 상상을해본다
이럭저럭시간을 보내고 잠이오질 않을것같아 밖으로나오니
같이간 젊은친구가 따라 나온다
그뒤를 막내딸이 슬리퍼를신고 나오고...
나혼자 잔디밭정원을 거닐고 이사람둘이서 문앞에서 요란하다
가만히 들어보니 핸드폰 멜로디를 들려준다
이아가씨 너무도 신기해한다
핸드폰이없다 아니 너무신기해하는것으로보아 처음접하는것 같기도하고
나오는음악에 관심이많다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듣던 컨츄리송 같은음악엔 yes를
다른음악엔 무조껀 not 이다
한참그렇게 쳐다보고있노라니 측은해보인다
우리딸이 한살위인데 한지구상에살면서 저리도 순박할수가 있을까
우리나라 70년대쯤사고의 이집 막내딸
옆에 가게가있으면 하나사주고 싶다는생각을한다
시간이 지나고 방으로들어가려하니 막내딸이갑자기 강아지 물통을
걷어찬다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더놀고싶은데 안놀아준다고 의사표현이란다
아........ !!!
거실에서 아버지가 불러세우고 두차례 조용히 주의를 주는걸보고
거실에서 이야기 하자하니까 밤하늘 별을 보잔다
그의 아버지와함께 뒤꼍의 어두운정원으로 안내를한다
하늘을 보는순간 나도 깜짝놀랐다
별이 바로 내얼굴위에서 빛나고있다
그것도 아주맑고 선명하게..... 구름하나없는 하늘에 이렇게많은 별이
있는가, 내가사는한국에서도 이렇게 많고 밝은별을 본적이 없는것같다
우리는 말을 잃고 한참을그렇게 서있었고 아름다운곳에서 사는게
행복이라고 고마움을전한다
막내딸에게 컴퓨터좀사용하자고 하니까 허락한다
국내소식과 메일확인좀하려하니 이컴퓨터 386 이전세대라 아예포기하고
나선다. 이곳은 전자부분, IT 쪽은 우리가 상상하기어려울정도로 늦다
그래도 농기계는 최신식 모니터를장착하고있으니 아이러니이다.
아침이오는 소리에 눈을뜨니 4시반
그시각 주인아저씨내외는 일어나 서로의 일을하고
한 삼십분후 일어나 나와 아침인사를하고 카메라를들고 주변을나선다
이미 아침해는 하늘저만치 올라있다
넓디넓은 초원위에 경계만나타내는 낮은철조망
드믄드믄서있는 두세아름들이의 유카리투스나무들
그사이를 거닐며 풀뜯는 소와양
처음보는 외부인의 모습에 이놈들도 신기한가보다
내가 저놈들의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다
주변을돌며 몇장찍고 돌아오니 주인이 트럭바퀴를 바꿔맞춘다
펑크가났나보다
도와줄까하고 물으니 머뭇머뭇한다
쟈키를 올려주고 타이어를 잡아주니 고맙다고 연신 인사한다
63세의 노인인데 정정하다
그를 농장으로보내고 아침을먹는다
엊저녁 아주머니가 아침메뉴를 물어봐서 이곳에서 먹는대로 하자고 하니까
주문하란다. 친절하게 메모하며 부족하면 더 얘기하란다
그렇게 케익한조각, 우유, 식빵두조각, 치즈한조각, 과일,차한잔
뱃속은편한데 뭔가허전하다
갑자기 된장찌개생각이 절로난다
우리몸엔 우리꺼, 니네몸엔 니네꺼...이게 맞는거잔아요..ㅎㅎㅎ
출발시간이 바빠진다
8시반까지 호텔로 가야한다
문을열고나오니 소두마리가 정원까지들어와있다
얕은 울타리는있는데 문을안잠근다
함께살고 모든걸 공유하는 자연친화적인삶
야생토끼가 정원에 뛰어다니고 커다란앵무새와 까마귀까치를
합쳐놓은것 같은새, 몇마리의 개.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살고있는 이들의삶
그런데 고독하다
이웃이없다. 한40키로쯤가야 한집이나오니 흔한말로 반상회한번하려면
한 두어시간가서 모이고 그러다 하루가겠다
사람사는 아기자기한 맛은 찿아볼래야 찿을수가없다
차에서내린 아주머니는 어린자식달래듯 소를 내몬다
들어온곳 용하게 찿아나가고 이내우린 그곳을떠나 80키로떨어진 호텔로
모여든다
메리아주머니의 친절과 자상함에감사하며 섭섭한마음으로 준비해간
선물을주고 기념사진촬영후 헤어져왔다
팜스테이를 하면서 그들의 삶의방식과 부딪혀보고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의 문화를 알려주며 보낸하루가 긴 여운을남긴다
가족대대로 이어지는 가족농형태의 테두리, 자연과함께하고 모든걸공유하는
형태의 삶. 개인적 사고를 존중하는특유의 서구스타일.
이모든걸로볼때 그들또한 우리와같은 자연의 일부임에 틀림없다
오늘은 캔버라로 이동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 호주의 수도....그곳으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