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고마운 비와 삽질

아스팜농장 2009. 2. 13. 15:15

밤부터 소리가 요란하게 비가 내리더니 하루종일 내린다.

오랜만에 가뭄이 해결되는듯 도랑엔 졸졸 물이 흐르고 얼음짱 아래로 물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온다.

아침에 우체국에 택배 보낼일이 있어 빗속을 가르며 내려가는데 간만에 비를 맞으니 괜찮은 느낌이 든다.

대지가 가물면 사람도 가물어 뭐를 봐도 그렇고 뭐를 해도 그렇다.

딱히 뭐라 찝어서 말할수는 없지만 괜히 심통도 나고 짜증도 제대루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후두둑 후두둑 지붕을 때리더니 밤새...그리고 오늘 종일 내리니 가뭄에 목말라 이사를 가던 태백과 정선지역의 주민들에겐 복을 내려주는거다.

다른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비는 의미가 다르다.

 

도로옆 새로 사놓은 논에도 물이 고인다.

차를 세우고 대충 돌아보니 지난번 농사지은사람이 논두렁을 엉망으로 가래질하여 농사를 지어 그런가 낮은곳으로 물이 흐르는데 물빠지는 곳의 논두렁이 반이 파여 나갔다.

이곳 뿐이 아니고 서너군데 그렇게 물이 나가면서 패여나가 안되겠다싶어 집으로 올라와 삽과 우의를 들고 장화를 신고 다시 내려갑니다.

 

올해들어 첫삽을 들고 흙을 달래봅니다.

하늘과 땅의 조화를 맞추고 사람이 그것을 보듬어 끌어안는 농사는 농삿꾼 발자욱소리에 곡식이 자라고 채이는 이슬에 잠을 깨우는데 먼젓번 땅주인은 엉터리농사였다.

망하는 사람은 뭘봐도 다르고 잘되는 사람은 누가봐도 깔끔히 일을 합니다.

논두렁 허물어지는 모습에서 그렇고

깎지않은 논두렁 풀이 호랭이 새끼쳐갈 정도니 망하는 사람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다.

국도변 큰길과 맞닿은 논인데 남들보기에도 챙피하였을텐데 사십후반의 아들과 70중반의 애비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이따구로 농사를 지어먹었으니 당연지사..........

길가 공터에도 쓰레기가 널려있다.

논두렁 물길을 막고 그 비를 다 맞으며 주워담은 쓰레기가 비료포대로 세푸대.

말도 안나온다.........이런 씨부럴!!

 

암튼 첫삽을 들고 새땅에 힘을 불어넣고 올농사 시작을 알립니다.

비가와서 출근을 안하고 여기저기 디뎌 보지만 아직 얼음이 풀리지않아 다른일을 하기엔 이른듯하다.

조금더 지나면 거름도 내야하고 지난가을 벗겨놓은 비닐하우스 한동 씌워야 하고 겨울 나무보일러 나무 남은거 기게톱으로 정리하여 쌓아두어야 합니다.

 

밥먹으면 일해야하는 농삿꾼은 그것마져 즐겨야합니다.

내가 심은 작물과 대화하여야 하고 어루만져줘야하는 기술도 갈고 닦아야합니다.

아침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이제 새로 마련한 농지구입 사실을 알려줍니다.

더 바쁘시겠다고............

그거야 내가 좀더 부지런하면 되는일이고 하는일 잘 해나가라고 격려해주고 끊습니다.

어제는 인천 막내동생한테서도 축하전화가 와서 이렇게 기쁜일에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고~~ㅎㅎㅎ

다들 고맙지요.

어렵다는 시기에 다들 축하해주고 가까워야 한잔을 하던지 두잔을 하던지 그러지 전화기 넘어 소리로만 듣습니다.

틈틈이 농작물 자라는 모습을 보여 줄꺼고 함께 즐기며 나누기도 해야겠지요.

 

일하다 하루를 노니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누굴 만나면 한잔 해야하고.....그건싫고.

혼자있자니 별루 할일도 없고 티비 권투 신인왕 쟁탈전만 열기를 더하는구나.

비오고 난뒤에는 춥다는데 그거야 뭐 사리마다 하나로도 버틸꺼고

트렉터 경운기 제길찿아 바쁠꺼고 산골짝 양지녘엔 아마도 꽃피울 기운 올라와 꿈틀대겠지.

엊그제 시간나서 다리운동하는데 꽃다지 노란 꽃몽우리 보인다.

양지쪽 나무엔 물이 오르는듯하고 허옇던 나뭇등걸도 생기가 도는데 사람사는 세상엔 생기가 도는건지 객기가 도는건지 도무지 메신저 올라오는 글은 과거를 재탕에 삼탕을 하는것처럼보여 도무지 새롭지않다.

울궈먹든 구워먹든 입맛에 맞으면 되는데 민초들 입맛은 뵈린지 오래니 그맛을 알려나 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