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건지 일하는건지 나원참...
날씨한번 좋다.
구름한점없는 하늘이 깊이가 어딘지 알수없도록 보면 볼수록 빠져들어간다.
골골이 이어진 강원도 산골짜기는 사람이 다닐수 없도록 우거져있고 사잇길 어디든 짐승이 다녀간 흔적만 남아있고 간간이 나물뜯는 아주머니들의 기척을 느낄수있다.
산은 이미 어둡도록 짙어있고 어쩌다 이름모를 꽃들이 허옇게 꽃잎 내어놓고있는 오후.
집앞의 고야도 밭뚝의 배나무도 알갱이 제법 커져서 계절이 깊었음을 알수있게한다.
오늘은 놀면서 집안일을 하려고 한다.
지난 몇일간 오이심고 물주고 살려내느라 밤낮이없도록 들로 나돌다 오늘 하루 집안 잡다한 일을 한다.
지난겨울 나무겸용 보일러를 때고 남아있는 나무가 화단에 고스란히 덮여져있고 그 옆댕기에는 그것역시 지난해의 목련잎이 수북이 쌓여 계절의 오고감을 알수없듯 그밑 화초의 씨앗은 맹하니 잠만자는 어떤 꽃도 있다.
이게 다 주인 잘못만난 죄로 그댓가를 초여름에까지 가지고 가는거다.
쌓여진 나무를 비켜서있는 개량된 하늘나리는 제법 커서 꽃망울을 만들고 바로 옆 작약은 꽃망울을 터드릴듯 위협한다.
사이사이 심어놓은 산더덕은 한발은 되게 덩굴을 뽑아내 흔들고 줄장미 덜굴은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길게 늘어져 이것역시 꽃망울을 달고 있다.
꽃은 달았는데 주변사정이 그러한지 피울시기를 약간 늦추고 이제나 저제나 주인의 손만 기다리다 오늘에서야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해가 뜨기전 산골의 아침은 기온이 여느데 보다는 낮다.
서울서 내려온 이웃의 어떤이는 여긴 너무 춥단다.
젠장 오월의 끝자락이 추우면 얼마나 춥고 더우면 얼마나 더울까......
해가뜨면 땀이 흐를테니 일찌감치 기계톱 시동을 걸어 자르기시작하고 그렇게 세시간을 잘라대고 외발수레에 실어나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끝으로 뭍혀낸다.
옘병 놀아도 제대로 놀아야지 일하며 노는게 어디 이렇게 힘들어서 말이라도 일한다고 해야겠다.
사실 오늘 하루 집에서 나긋나긋 몸을쉬이고 무료할쯤 낚시가방 열어제쳐서 그날을 기다리려 설정했었는데 하드의 메모리가 엉켰다. 아니 꼬였다....ㅎㅎ
그것도 모자라 웬늠에 선거 운동원과 후보자는 그리도 많이 찿아오는지 참 별꼴이 반쪽이다.
기계돌려 웽 소리나니 지나가다 들리고 일부러 찿아오고 나보고 뭘 어쩌려고......
어제 선거홍보물을 받았었는데 각봉투가 터질것같이 빵빵하다.
이거 다 읽어 보려면 밤을새던지 뭔수를 내야하는데 내사 그럴꺼 뭐 있나. 얼굴을 다알고 대충 공약도 알고있으니 평소 그들의 성품대로 하고온 내력대로 찍어주면 된다.
물론 정확한 소신이야 가지고 있지만 후보자들 만나면 격려해주며 열심히 할것을 당부한다.
누가 뭐래도 이늠에 선거 빨리 끝이나야지 앰프방송 시끄럽지 찿아오는 사람많치 한편으론 짜증도 난다.
도지사부터 군의원까지 19명의 후보자가 운동원과 차량.....아주 깔렸다 깔렸어.......
어쨌든 다 치우고 목련나무 아래에 평상을 놓았다.
탁구대 쓰던걸로 평상을 만들었는데 아주 그만이다.
다리가 높아 쇠톱으로 조금씩 잘라내고 장판을 깔으니 보기도 깔끔하거니와 목련잎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옆에는 앵두나무 팔만 뻗으면 따 먹을수있으니 아주 진상이다.
그나저나 화단에 뭘 심어야하나......
지난번 화분에 심어놓은 네포기의 사루비아를 다시 옮겨심어 올핸 그꽃으로 대신할까?
작지만 아담한 화단이 그래도 여름내내 비어있지는 말아야 할텐데 걱정된다.
뒷쪽엔 나리와 백합 그리고 작약이 받혀주니 앞쪽에 사루비아를 심는다면 뒷쪽 꽃 지고나면 바로 빨갛게 피어날테고..........그래 그걸로 심어보자.
어라~~ 황조(黃鳥)가 난다.
그렇게 이른아침부터 숨어울던 꾀꼴이가 모습을뵈인다.
두마리 난다.
사랑싸움에 곡예를하고 보는 내마음도 스멀댄다.
강릉 단오제를 가려고 하는데 버썩 마음이 당겨지네....
어디론가 떠나고싶은 마음이 들썩이며 농부의 가슴앓이가 시작되려나.
요즘 아침이면 꾀꼬리 우는소리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몇년전 호주에 갔을때 아침에 울던 앵무새.
자연을날며 커다란 유카리나무에서 이리로 옮겨앉고 저리로 옮겨앉으며 울어대는 그 소리와 모습에 늘 고향떠난 어린아이마냥 그리워했었다.
아침 산책을하며 듣던 그 소리처럼 지금 이곳엔 동트자 마자 울어대는 꾀꼴이소리가 날 즐겁게한다.
이소리도 잠시...... 꾀꼴이 둥지로 날아들기시작하면 이내 그 울음소리도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침눈이 일찍 뜨이며 자연 그 소릴찿아 귀를 세운다.
아직 해가 한참을 남겨두고 바람도 고요해 이파리 까닥없다.
일찌감치 일과를 끝내고 두다리 쭈욱뻗고 큰 대짜(大)해보자.
이쯤해서 수박한쪽 참외하나 쟁반에 들어올만한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