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농부의 하루
아스팜농장
2004. 9. 11. 19:52
물 봉선화
농부의 하루(2004.09.11)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많치도 적지도 않게 옷젖을 만큼 내려
나의 흙을 적신다
놀토라 외쳐대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내겐 일토다
농산물이 토요일날까지 출하되고
일요일날은 쉰다
아침부터 하우스속은 요란을 핀다
후두둑 후두둑.....
비닐을 때리는소리에
가을남자 농부는 맘이 아프다
다된농사에 수확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마음만 조급해진다
위에 보이는 물봉선화
나 어릴적 고향 홍천의 어느시골엔
지금도 그렇게 피어 있으리라
집옆으로 도랑이 있고
맑은물 흐르는 그곳에서
검정 고무신신고 까만 운동회 반바지입고
고마고마한 머슴애들 몇이
돌들춰 잡던 가재도
그곳에 있는지 보고싶다
큰돌하나 들춰내면
뒤로 궁디 흔들며
도망가는 가재잡아
구워먹던 그날들이
비오는 오늘 그립도록 생각난다
골짜기 어디쯤 바위옆 습지에
부끄럽게 피어있던
물봉선
그 물봉선이 오늘 그리워 지는구나...
주워온 알밤
밭뚝 작은 밤나무 두그루
빨간 알밤을 드러내고
지나는 가을을 아쉬워 하며
오가는이 눈요기에 제몪을 다한다
가을비 우산속에 뒷모습만 보이는 사람들도
웬지 쓸쓸해 보인다
비오는 가을날
침침해진 하늘을 보며
토요일 가을비를 맞으며
차가운 방바닥을 덥힌다
보일러가 돌아가고
함께 이어진 나무 보일러에도 장작몇개피
불붙여 넣는다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도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다
점점더 빗소리는 세어지고
처마밑 댓돌에
부딪는 소리가
농부의 마음을 재촉한다
가을이 깊어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