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농부의 하루

아스팜농장 2004. 10. 4. 21:35

농부의 하루(2004.10.04)

 

일년의 농사가 슬슬 끝을 보인다
어제 논바닥을 들어냈다
누런 들판이 걷혀지고 그색갈은 커다란 자루속으로
모여졌다

 

연이틀이나 서리가 내려 차유리를 긁어내야 앞이보인다
어제도 서리에 논바닥 벼가 마르지않아 10시나 돼서야
벼베기가 시작된다


콤바인 두대로 베어대고
연실 쏱아져 나오는 벼를보며 마음 흐믓해 한다

다른 사람들은 벼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우리논은 예년보다 엄청 잘됐다
여물기도 노랗게 잘여물고
낫으로 논귀퉁이 기계들어설 자리를 베면서 들어보면
묵직하다

 

가게에 가서 막걸리 몇병사오고
기사와 조수불러 한잔씩하니
금상첨화라는 말을 이때 쓰나보다

 

이내 기계가 돌아가고
5톤트럭 위로 벼를 쏱아붓고
산물벼 수매장으로 달린다

 

쉴새없이 벼를베고 해가 저쪽 산꼭대기 걸칠때쯤
작업이 끝난다
이로서 논농사가 끝이난게다

 

4월초에 못자리를하고 5월중순에 심어
10월초에 추수를 한다
여름내 온갖풍상을 다 겪으며 이뤄낸 쌀알을
하늘이 맑고 청명한 가을어느날
아주 소중하게 내게 넘겨준다


태양에 말린 벼를 도정하고나면 밥한그릇지어 쌀통위에 올려놓고
하늘과 땅 그리고 수고한 모든이에게 감사를드린다
자연과 사람을 다시한번 생각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도록 스스로 다짐하곤한다

 

산물벼 수매장에 도착한다
지개차로 1톤자루를 들어 투입구에 넣고 넣고.....
그렇게 두세시간 바삐가면 그 거대한 공장의 기계소리가 멈춘다

 

벼가 많으니까 적은사람들 다넣게하고 맨끝으로 우리차례다
그렇치않으면 그사람들은 두세시간 기다려야하니까
해마다 나는 맨끝으로 마무리를 한다
아예 농협직원들도 내가 그려러니 생각한다
집에오니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고 피로가 몰려온다

 

정산서를 보니 올해농사는 잘지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줄었다고 하는데 면적이 많아서인지
나는 약 3.7톤정도 늘었다
여물기도 잘여물고 병해도 없어서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늘었다
공장에 지난 기록들이 남아있어서 이를 확인해보고
직원들도 축하해 준다
올해 늘어난 사람이 처음이란다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두툼한 농부의 손으로 감사의 악수를 청한다

 

어제 가져다 놓은 일년치 식량의 벼를 햇볕에 널어 말린다
장화신고 가로로 세로로 고랑을 내며 왔다 갔다 시간을 죽인다


삼일정도 말려서 방아도 찧고
자루에담아 쌓아놓고 겨우내 쳐다보며 흐믓해하다가
춘삼월 이른봄에 햅살처럼 방아찧어
쑥띁어 떡만들어 이웃과 나누면
그또한 즐거움이 맛에 버금가리라

 

기온이 오늘은 조금 누그러 졌다
그래도 밤기운은 어깨가 움추러 들만큼 춥다
나무보일러 불피워 밤하늘 위로 솟는
하얀 연기 한줄기에 마음을 띄운다


오늘따라 안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