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매일밤 잠자리가 그누매 불땜시 뒤숭숭 하다.
해마다 일어나는 동해안 불이 올해도 어김없이 일어났는데 이거 무슨 대책을 세우든가 아니믄 한식에 청명이며 식목일을 아예 없애버리던지 무슨 이런 일이 다있는가 말이다.
한번은 강릉부근에서 동해의 반을 태우고 다음해는 철책에서 내리 고성까지 훌렁 벗겨놓고 그러더니 올핸 그 중간에서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으니 이런데 굳이 식목일을 하루만 정해서 꼭 봄철에 이 난리를치는가 말이다.
수많은 재해중에 뻔히 내집이 타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그것두 환갑이 훨씬지난 노인들이 그나마 살아있는것만도 다행이다.
달팽이도 제집이있어 추우면 들어가고 더우면 나오는데 이 노인들 마을회관에 모여 한숨만 쉬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천년의 고찰 낙산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물을 평정하던 동종마져 뜨거운 불길엔 버티질 못하고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하니 얼마나 무서운 화마인가.
어제 고성쪽에 전화를 해보니 서있기가 겁날정도로 바람이 불어댄다한다.
또한 속초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한테 전화를 하니 이틀을 꼬박 길에서 근무를 하고 집 근처까지 불길이 솟아서 보통 애를 먹은게 아니란다.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니 그나마 다행이고 좀 많이내려서 산불걱정 안하고 봄철을 지났으면 좋겠다.
내가사는곳에선 96년도에 수해를 엄청봤는데 불보다 무서운게 물이더라.
엄청나게 쏱아붙던 그날 새벽에 양동이로 퍼붙는 표현이 맞을찐데 여기서 쿵 하면 산의 중간이 무너져내리고 또 좀있으면 하천옆 땅이 없어져 버리는데 세상종말을 보는것같아 그 공포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을 나는 두눈으로 보고 겪었었다.
물이 불보다 무서운건 수해는 남는게 하나도없다.
지상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흙까지 모조리 가져가고 남는건 엄청난 암반에 산허리 돌아난 바위뿐이더라.
이런걸 말해서 무엇하냐만은 천재지변이라도 막을수 있는데 까지 막아서 그나마 살을붙이고 살만한 마음의 고향은 있어야겠다는 농부의 생각입니다.
다시한번 화마로 모든걸잃고 실의에 빠져있을 재해민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좀지나서 재해성금 걷어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위로를 해주어야겠다.
오늘 농부는 감자를 심었습니다.
내가 감자를 잘 먹지 않는 관계로 심지를 않다가 올해는 심자고 보통성화가 아니다.
결국 씨감자 반박스 얻어다 비닐 씌우고 아홉고랑 심었습니다.
저래도 캘때되면 주먹만한 감자 너댓박스는 족히 캘겁니다. 그때 쪄드릴테니 맛 보세요.
오후엔 하우스 속에서 트렉터로 로터리를 쳤습니다.
여러 가지 유기질 비료를 뿌리고 몇가지 미량요소들을 추가해서 뿌려놓고 힘차게 시동걸고 퉁탕대며 평평하게 만들어놓았죠.
이제 비닐 멀칭하고 관리기로 두둑만들면 그물망 치는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모종가져다 심으면 되는데 이곳온도가 아직은 춥습니다. 어느핸가 일찍심었다 동해를입고 새로 심은적이있어서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일이 끝날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제법 내리는데 금새 길바닥엔 물이고여 봄비치곤 좀 세찬 느낌이네요.
암튼 비가 좀내려서 대지를 촉촉이 적셔줬으면 좋겠습니다. 봄철날씨가 많이 가물었거든요.
오늘저녁은 막국수집에서 무슨 회의를 한다고 오라는 전화가 빗발칩니다.
농촌지도자 임원이라 회의 결정안이 있으면 통과시켜야 하는데 오늘 막국수에 편육 한접시 앞에놓고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과 동동주 한잔하고 오겠습니다.
봄비오는 날 모두 편안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