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농부의 하루

아스팜농장 2005. 4. 8. 20:43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해졌다.

아침엔 밭으로가서 지난해 가을무우 뭍어놓은것을 캤다. 땅속에서 겨우내 지내고 빛도없는 곳에서 노란싹을 조그맣게 키워냈다. 땅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찿아들고 이젠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봄은 와 있다. 산골 귀퉁이 도랑 한켠에도 뾰족한 새싹들이 고개를 들어 봄을 즐긴다.

눈이 하얗게 내린 추운어느날 입맛이 없을때 아삭아삭 무생채를 만들었고 어느날 저녁엔 무우국을끓여 시원하게 먹던 무우 구덩이가 없어졌다.

아쉬움에 슥슥 껍질 깍아내고 한입 베어 물어본다.

 


   

하얀 속살엔 아직 맛이 살아있다.

남아있는게 20개정도 된다. 자루에 담아 집에까지 옮겨놓으면 나의 임무는 그것으로 끝이나고  맛있게 먹어주면 되는거다....

 

지난번 사놓은 퇴비거름을 훌훌 밭에다 뿌려 거름빨 세워놓고 농사를 지어보자.

오이가 빨아대든 양대(강낭콩)가 빨아대든 그져 많이 달려서 맛좋은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하면 농부는 기분 대낄이다. 그러러면 좀더 열심히 일을해보자. 골고루 삽으로 흩날려 펴놓고 시계를보니 정오를 가리킨다. 이미 이마엔 굵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10일까지 페비닐을 수집한다고 한다.

난 비닐을 태우지않고 모두 한곳에 모아둔다. 해마다 면사무소에서 수거를 하는데 이것은 재활용과 오염을 막기위하여 장려금을 마을단위로 지급한다. 물론 거둔 량만큼 환산하여 지급하는데 대부분 부녀회나 노인회쪽 자금으로 만들어진다.

헌데 우리마을에선 안한다고  말을하니 참 딱해보인다. 

돈이 그냥모이냐고요....

환경은 그냥 좋아지냐구요..... 

노력한만큼 되는건데 왜들 그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입니다.

나는 92년도부터 몇년간  마을이장을 볼때 부녀회나 노인회를 풀 가동하여 수입과 직결되도록 연결해주곤 했는데 요즘엔 다들 손에 일잡기를 싫어한다.

남여노소 말할것도없다. 모두가 변해야 사는건데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

결국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다른 집결지를 알아내고 트럭에싣고 운송을했다.물론 실적은 그 마을에 올라간다. 나야 깨끗해진 하우스 주변이 좋고 바람에 너풀대지않으니 찜찜한 마음도 사라졌다. 그런데 왜 기분이 개운치않을까..!!!

 

밭에 뿌려놓은 퇴비가 비가오거나 바람에 날리면 그만큼 손해다.

비가오면 거름성분이 씻겨 나가고 바람에 날려 한쪽으로 모이면 또다시 펼쳐야 하기때문에 아예 트렉터로 살짝 로터리 치기로 마음을 정하고 밭뚝에 걸터앉아 잠시 손 놓고 주위를 보니 꽃다지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저쪽엔 무리지어 꽃자랑하고 옆에선 종다리 먹이를찿는다.

조금지나 언덕에 아지랑이 피어오를쯤 종달새 하늘올라 삐리리 삐리리 노래를하면 일하다 노곤한몸 땅에뉘이고 세상에서 젤로 편한 하늘보기 자세로  새소리취해 오수에 빠지면 누가와서 깨워줄라나...

꿈속 님만나 진달래 만개한 동산에 오를쯤 제누리 들고나온 집사람 호통에 화들짝 놀라면 정녕 이 봄은 가고 마음만 바빠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