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2004.08.30)어제 밤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드뎌 마라톤을 시청한다42.195km를 달리는 모습들이 힘차다한참을 그렇게 보다 눈을 의심하는 일이생겼다뛰는선수를 붙잡고 인파속으로 내달리는 이상한 사람이 보인다세상에 별 희안한 일도 있다씁쓸한 기분으로 폐막식을보고 티브이를 끈다어찌됐건 열심히 땀흘린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엊저녁 잠을 설친까닭에 아침이 무겁다어제 강릉을 다녀와서하우스에 가질못해서 아침에 일찍간다오이가 꽤 커있다따야겠다는 생각이들어 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선다오이꽃 향기가 가득하다두번째심어 오늘 첫수확을 한다몇개를 따다가 하나집어들고 옷소매에 쓱쓱문질러베어문다봄에 심은것과 다른 종자를 심었다물론 취청계열 오이지만색깔이 짙은 녹색이다 가시도 많지 않고....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좋다껍질이 약간 두꺼운 느낌이 들지만 상품성은 좋을듯 하구만.....이른아침 싱싱한 오이 한개를 먹고나니입안에 싱그런 오이향이 오래 남는다날씨가 더울때 육묘를 해서 그런지 마디마디 맺힘이덜하다초기성장기에 보니 그럴꺼같은 느낌이들어 곁순을 여러개 길렀다곁순에서도 꽃이피고 원줄기에서도 달리고수량은 어느정도 예상처럼 되겠다다행이다요즘 채소값이 많이 올라있다전반기에도 높은 수취가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예감이 좋다내일부터는 한달반 정도 매일 오이를 따야한다" 꼼짝마" 가 시작됐다갈곳은 많고 시간은 정해져 있고할수없다 전화로 해결하는수밖에....어제 얘기좀 해야 겠다9시쯤 화천을 출발해 중앙고속도로를 지나 횡성새말에서 영동고속도로 올라서서 강릉으로 달린다 시원스레 바람을 느끼며 속도 좋고...오랫만에 달린다산기슭 싸리꽃이 예쁘게 피어 오가는이 반기고고랭지 채소밭에선 일하는 아줌마들이 손을 흔든다어떤밭은 이미 가을걷이를 끝냈고 어떤밭은 양상추가 싱싱하게 가득하다대관령 부근에 이르니 춥다고갯길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간간이 산새만 날고 있다강릉에서 일을 마치고 경포대 벗길도로를 타고 경포호수 지나 해안도로를 지난다파도가 높게 인다철지난 여름바다는 나를 반김에도 변함없다" 아~~~~~ 바다가 나를 부른다~~~"소리쳐 갈매기 불러보고 밀려왔다 무너져버리는 파도에 한 근심 섞어 보낸다소나무길 좁은 해안도로그길을타고 주문진까지 올라오고등대앞 방파제에선 여럿이 낚시를 하고 있다생각같아서는 같이 낚시대 땡기고 싶지만아...!!! 갈등생긴다시간이 없어 잠시후 양양을 돌아 한계령을 오른다한계령 중간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올라갈수록 1미터 앞을 볼수가 없다볼때마다 신비했던 설악의 산들이 죄다 뭍혀버린 한계령 그웅장함이 온데간데 없이 고요하고 나 스스로도 방향감각이 무뎌진다안개비가 내린다암흑속에서 맴도는 지금생각은 만약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어떻게 하나곰곰이 생각하며 한계령을 넘는다햇살이 비치는 고개아래는너무도 평화롭다극과 극을 지나오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 시간 삶을 느끼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가을은 가을인가보다산속 깊은곳에서부터 가을은 뭍어나온다이 가을이 가기전에 겨울이 오기전에세상 모두 따듯해지길 바래본다 농부가 본 세상은 따듯한 모습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