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시작되고...
아침 여섯시, 뻐꾹이 울어 벌떡 일어나 알람을 쥐어박습니다.
창밖을 보니 아직은 컴컴한 밤, 그대로 누워 티브이 꼭지를 누르니 밤새 소식을 전하느라 뉴스앵커들의 입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밤새있었고 누가 어쨌고 날씨가 어떠고.......이런걸 한꺼번에 저장시키는 나의 거룩한 뇌의 꼭지점이 그리 멀지않음을 느낀다.
슬슬 옷을 주워입고........
하우스로 나가며 나도 밤새 뭔일이 없었나 하며 사방 둘러봅니다.
동네 개는 왜그리 크게 짓는지 온통 개판처럼 들린다.
하우스 지붕비닐을 교체해야 하는바람에 이른 새벽부터 일을 합니다.
적어도 여덟시 반엔 집을나서서 출근을 해야 하니까 아침에 두시간 저녁에 한시간정도 짜투리시간에 집에 일을 하는데 저번에 주문해놓은 비닐이 도착할때가 되어간다.
도라이버 구부려 하우스 옆면에 부착한 패드 스프링을 걸어 당겨 꼬불꼬불한 철사를 빼내는데 요거 잘못당기면 강철로 된 철사가 손가락을 때려요.
미치고 팔딱 뛰도록 쩔쩔매도 어느 누구하나 보아주는 이가 없지요.
있는인상 없는인상 다 찌그려 주물러도 개뿔, 아픔은 더해요.
이렇게 요란을 피며 길다란 하우스 두동을 벗길수있게 스프링을 제거하고 아침을 먹어요.
밥맛이 좋을수 밖에 없지요.
살찐다고 엊저녁 조금 먹고 해장꺼리로 두시간 뺑뺑이 치니 왜 안그렇겠어요.
어제 저녁 갈비찜을 해놨었는데 몇개 안먹었더니 눈에 삼삼 하더라구요 ㅎㅎ
아침상에 올라온 갈비, 뼈다구 잡고 쪽쪽 빼어 쪽소리나게 먹었습니다. ㅋㅋ
열한시쯤 집으로 왔어요.
비닐을 벗기는데 바람이 살살 불어주니 한쪽부터 잘 내려오네요.
혼자일을 하니 하늘이 감동(?)을 했는지 딱 맞춤 바람 風.
두동을 훤하게 벗기니 옷이 먼지에 말이 아니네요.
그동안 찢어진 비닐하우스 지붕을 때워서 쓰며 삼년을 버텼더니 햇빛 투과량이 적어 작물의 광합성작용이 떨어져 성장이 느려요.
그래서 올봄 교체하기로 했지요.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는 하우스를 바라보며 지난 십여년을 돌아봅니다.
일년에 두번을 심고 두번을 수확하며 웃고 울던날들이 쭈욱 지나갑니다.
어느해는 열무,얼갈이 배추를 심어 가락동으로 출하를 했는데 딱 시장 청소비만큼 받고 심하게 농사를 망설였던 기억도 있고 봄배추를 통이 단단하게 키워 트랙터로 두드려 갈아엎던 아픈 일들..........
근간에 들어선 농산물값도 잘받고 재배도 잘되어 행복한 미소를 많이 만들었지요.
모두 마음먹기 달렸더라구요
부처님 말씀에 "지옥은 다른데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게 맞아요.
늘상 웃으며 부지런히 노력하면 하늘도 감동을 합니다.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거구요.
따라서 가장 불행한것은 돈이 없는게 아니라 꿈이 없다는 거겠지요.
제아무리 외국의 농산물이 들어와도 잘먹고 잘사는 웰빙의 외침은 더 커질테니까 질좋은 값싼 우리의 양식을 만드는데 농부는 힘쓸겁니다.
얼었던 쇠똥 거름의 겨울도 멀어져가고 딸딸이 경운기 대고 드믄드믄 밭가운데로 옮겨 흙의 기운을 돋워서 소낙비에도 끄떡없고 뜨거운 삼복더위에도 지치지않도록 튼튼한 나의 사랑을 키우렵니다.
요즘 대한민국 어디에도 충분한 물이 없어요.
물부족 국가로 확실히 접어든거 같고 늦었지만 대책이 필요하고 모두 아껴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디를 가봐도 개울이 말라가고 수량이 적으니 수질도 나빠요. 그래서 또 걱정이래요.
저녁때 하늘이 어둡고 비가 내릴듯 하더니 아직은 꿩 궈먹은 소식......안온다.
밤부터 시작한다는데 얼마나 오려는지 사뭇 궁금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