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2
농사는 예측이 참 중요하다.
금년도 파종되는 면적과 품종이 뭐가 많은지는 확실히 알고 농사를 시작하는게 우선이고
내지역에서 시장지배가 강한 작목을 선택하는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곳 화천은 과거엔 가시오이가 전면적에 재배되다가 소비형태와 재배 방법이 달라지면서 다다기와 취청오이 그리고 애호박으로 전환되었다.
인근 춘천과 재배시기가 같은곳의 출하시기를 피하여 겹치기 출하를 방지하고 화천의 농산물이 절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시기에 중점 출하시점을 맞춰서 재배하는것도 소득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것이다.
나는 농사를 지으며 과거 4년간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과 인근지역 출하시기를 분석하고 시장 조사를 통하여 파종과 수확시기를 정하여 재배를 하고있다.
그렇게 2~3년 재배를 하다보니 하나둘 나와같이 맞춰가는 이웃이 늘고 그러한 사항을 모이는곳이나 영농교육시간에 말을 했더니 거의 비슷하게 재배하고 있다.
물론 나와 다른 방법으로 재배하는 농민들도 있지만 그래도 출하할때 보면 거의 비슷해 졌음을 알수있다.
1기작 오이가 끝나는 7월 하순경 2기작 오이와 호박을 정식합니다.
오이는 해마다 자가육묘를 해오다 금년부터는 육묘장에 주문해온다.
애호박은 초순경에 직파하거나 육묘하여 하순경 정식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가 여긴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 모종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반년농사 헛짓게 되니 꼭붙어서 한달간 살아야 할때다.
비가 신나게오면 나의 기분은 물먹은 솜모양 무겁고 아주 바빠진다.
괭이를 들고 밭고랑마다 누비며 배수관리를 하고 성장과정을 살핀후 거기에 맞게 처방을하여 영양제를 주거나 아님 광합성 촉진제를 살포하거나 등등 많은 신경을 써서 키워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달이 지나면서 수확을 합니다.
오이와 호박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하루종일 따기도 바쁘다.
직전까지 덩굴 관리와 순치기등등 관리작업에서 이젠 수확을 하니 농부의 마음은 흐믓모드로 바뀌고 따라서 콧노래도 절로나는 시기다.
낮에는 따고 밤에는 늦도록 포장하고 먹는건 하루 아침겸 점심이고 저녁은 밤 열한시가 돼야 먹는다.
간간이 우유와 빵한조각으로 달래도 보지만 역시 우리입엔 밥이 최고의 보양식이라는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해 딸내미가 mp4를 선물하여 하루종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저장하여 들어가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어떤때는 민요를 어느날은 회심가에 천수경을 또 어느날은 트로트에 발라드까지 다양하게 들어가며 일을하니 심심골때리는 산골에서도 늘 노래는 울리고 노래와 함께하고 불러가며하는 작업은 그다지 지루하지 않아요.
노래가 중독성이 있다는게 참 묘하다. 난 이걸 올해 알았다니까....ㅎㅎㅎ
가격이 오르고 작황이 좋다보니 농부는 죽어라 일을한다.
오이는 하우스에만 심고 노지엔 애호박을 심었는데 수확량이 많아진다.
나는 다른사람과 달리 관리를 하다보니 덩굴이 깨끗하게 자라고 꽃도 깨끗하게 피고 낙과되는게 거의 없다.
관리하는 방법은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농산물 출하는 토요일만 안하고 매일 출하를 한다.
물대고 비료주고 성장에 중요한 처방을 하여 남들보다 빨리키워서 시장에 내놔야하고 덩굴 관리도 신경써서 해야하며 따고 포장하고 이러한 일들이 매일 연속이다.
이러니 당연 수량에 상당한 차이를 내고 호박가격과 오이가격이 좋을때 하루 출하한것이 최고를 받으니 읍내에 소문이 그날 바로 나고 전화가 여기저기서 옵니다.
화천군에서 당일 최고의 매출을 올렸으니 그럴만도하지만 여긴 나름대로의 분석이 뒤따른 것이다.
농협엘가나 시낼가나 아는사람만나면 인사가 그인사다.
나는 금년 기록 갱신한게 몇가지있다.
그중에 하나가 최고가 매출이고 출하량 최대가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재배과정을 배우러 오는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금년 소문을타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이웃사는 사람들은 수시로 들려 가지만 멀리있는 사람들은 몇몇이 함께오거나 작목반별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
어느날 농촌지도자대회를 참석하러가야하는데 전화가 오더니 우리농장을 견학하고 간다합니다.
그리곤 버스한대가 도로가에 서더니 우루루 사람들이 옵니다.
난감하기도 하고 으쓱하기도 하고 그러더만요.
재배포장을 둘러보고 이것저것 질문을하고 답변하고 또는 다시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암튼 올핸 일하는데 귀찮을정도로 여러분들이 �아와서 곤란한적도 있었지만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는........
마을엔 몇년전 줄강낭콩 단지를 만들어 연세높으신 어른들께 재배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사업계획서를 세워 보조금받아 22미리 파이프로 지주 활대를 신청한 면적만큼 만들어 드리고 농사를 짓게했더니 소득도 오르고 다른농사짓는것보다 손쉬우니 나름대로 보람과 희열을 느끼며 산다.
역시 어울려 사는게 좋은거고 만나면 즐거운 수인사하는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다.
젊은이는 없고 대다수가 노인들로 구성되어지는 농촌마을의 고령실업도 심각한 농촌 문제중에 하나다.
삶이 윤택하면 뭐가 걱정이겠냐만은 빚지고 허덕대며 자식들까지도 손벌리는 사례가 늘어나는현실에 답답하기만 하다.
농사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졌다.
농사는 어찌보면 다 비슷하다.
다만 주인의 발자욱소리가 곡식을 키운다는데 누가 부지런 한가가 가늠하는것이다.
올해는 저금도 꽤많이 하고 지붕개량도 하고 하우스도 두동 더 짓고 등등 기분좋은 일들이 있으니 농부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뭐가 고맙냐고 묻지마세요.
하늘과 땅에 감사하는 아주 소박한 농부의 꿈이 깨지지 않게 말입니다.
어느날 청명하고 맑은 아침에 하얀 쌀밥 한그릇 정성들여 쌀통위에 올려놓고 감사하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갈걷이 다하고 김장까지 끝나고 나면 저도 부모님마음을 닮아가려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모두에게 고마워하는 이 가을이 더디갔으면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