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대보름 윷놀이.

아스팜농장 2006. 2. 12. 09:27

 

우리마을은 어제 윷놀이를했지요.

큰솥에 밥하고 국끓이고 마을사람들 다모이고 인사오는 이웃사람들과 즐겁게 놀아요.

 

 

큰솥엔 돼지고기 삶고 나머진 씨레기넣고 국을 끓입니다.

마을 아주머님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어요. 우선은 저 국속에 들어있는 돼지내장을 꺼내 썰어서 불판 석쇠위에 올려놓고 꼬들꼬들 구워지면 먹어요.

 

 

이렇게 드럼통 반으로 갈라 만들은 구이통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생삼겹살 구워 여기저기 날라주기도 하며 그자리서 쐬주 몇병 하늘로 보내지요.

이러면 얼추 기분 좋아져요. 

 

 

오늘의 상품입니다.

여러가지 상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요. 벌써 한쪽에선 벌어졌어요.

 

 

보온덮개 잘라서 바닥에 깔고 윷을 던지지요.

모두 시선은 윷가락에 집중되고 확실히 엎어지거나 뒤집어지지 않으면 말이 많아져요.

그래서 윷가락 배만 들리면 뒤집어 진걸로 정해서 하니 의견이 줄어듭니다.

 

 

말판도 잘놔야 헌다니께요.

합판을 잘라 말판을 만들어 놓으니 해마다 요긴하게 잘 써먹지요.

저 말도 유리하게 잘써야 상대팀을 이길수 있으니 이때도 말쓰는 사람과 윷뛰는 사람간에 말이 오고 갑니다.....ㅎㅎ

 

 

요즘은 세상이 많이 이상해 진거 같아요.

이 여자분 둘은 선관위에서 나왔다네요. 오자마자 쟁반들고 심부름도하고 하길래 어데서 왔냐고 물으니까 선관위 부정감시원이라네요.

선거철이되니까 부정행위라든가 거기에 관계된 일이 생길까봐 나온거지요.

처음엔 그렇다가도 조금 지나니까 동네사람 같고 같이 구경하고 웃고 그렇게 즐깁니다.

 

하긴 후보자들이 오면 그냥올수가 없자나요.

음료수고 소주고 들고와야 인사치레가 되었고 또한 연세드신 어르신들한테도 면목이 서지요.

안그러던 선관위에서 나오니 맨 그냥 들어서네요.

깨끗하기도 하지만 너무 시골 정서엔 맞지않는 일인거 같아요.

지난해 마을회관 준공할땐 열명이 넘는 후보자가 와서 아예 상을 따로 차려주고 먹으라 했어요.

마을사람 적을땐 외지사람이 더 많아요.

이래저래 행사땐 마을 축만 나는거 같기도 하구 그러다 보니 모두가 한결같이 선거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해요.

어찌보면 남의집 불구경하듯 점점 시들해지니 주민들 의식도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네요.

 

이렇게 즐거우면서도 기쁜마음으로 대보름 윷놀이를 마쳤지요.

끝판에 술판이 거나해져서 찐하게 몇잔 마셨지요...ㅎㅎ

어찌나 취하던지 집에와서 걍 골아떨어졌습니다.

깨어보니 아침이더라는.......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