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바람처럼 지난 추석과 방아찧기

아스팜농장 2009. 10. 5. 23:26

 

 

 

 

지난 추석날 대하구이를 해먹었는데 이걸로 배 불러보긴 첨이다.

나무를 불피워 장작불을 화로에 담아 놓고 석쇠를 처억 걸쳐 그위에 구워지는 새우의 굽어지는 등이 왜그렇게 착하게(?)보이는지...ㅎㅎ

암튼 달착지근한 대하구이를 아들덕에 잘 먹었답니다.

짧은 추석휴일이지만 아들 딸이 집에 일찍 도착하여 추석 준비를 하고 차례준비도 하며 송편도 빚어봤다.

이 송편이 그림은 그려지는데 손에선 도당최 지멋대로다.

이쁘게 빚으려도 이리 삐죽 저리 삐죽 아무리 조물딱 거려도 큼직한 내손에선 모양내긴 틀렸다~ㅎㅎ

추석이 어떻게 지났는지 너무 바쁜나머지 가는 날도 모르겠다.

추석 바로전에 벼를 베어 널어놓고 1일까지 호박 출하가 되니 부지런히 따서 보내고 그 다음부턴 콘티박스에 담아 쌓아 놓는다.

이렇게 이틀에 100짝 넘게 따고 널어놓은 벼를 장화신고 골을 탄다.

두시간 간격으로 골을 타야하고 커가는 호박에 봉다리 씌워야하고 미친년 널뛰기하듯 이쪽에서 후다닥하다보면 저쪽이 급하고......

가는줄도 모르고 지나버린 추석이였습니다.

햇곡으로 차렛상을 차리고 함께 절을하며 차례를 지내고 둘러앉아 먹는 송편에 차례음식들이 참 풍성해 보이니 정녕 편안함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성장한 자식들이 다 자기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고 나 또한 큰 어려움 없이 삶을 이어가고 있음이니 이 모두 조상님들과 부모님의 음덕으로 이루어짐이리라.....

암튼 오랫만에 집에온 아들은 아부지 거들며 일만 하다가 갔다.

미안하지만 어떻게해...

집에있던 양주한병 주었더니 고마워하며 가지고 가는데 어디다 쓰던 마시던 그건 네 몪인걸~~~~~~ㅎㅎ

드뎌 오늘 말려 담아놓았던 벼를 찧었다. 도정을 했다는 말씸입니다.

생각보다 쌀이 잘난다. 

내손으로 농사지은 벼로 찧어온 쌀..........

그 쌀로 오늘 저녁 아내는 밥을 지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윤이 잘잘 흐르는 쌀밥 한주발을 떠서 쌀통위에 올려놓습니다.

대명천지 모든 신에게 감사의 보답을 하는거지요.

하늘과 동업한 그 댓가를 지불(?)하는 일이기도 하지.

이건 내가 시작하는게 아니라 나 어려서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하셨던것을 나도 똑같이 감사드리고 부자되게 해달라고 쌀독위에 첫 그릇을 가득담아 정성과 함께 올려 놓치요.

내 앞에도 한공기의 쌀밥이 놓여지고 수저로 가득떠서 입에 넣고 서서히 쌀의 성질과 맛을 음미하지요.

우리 입맛에 아주 딱맞는 맛의 조화가 반찬이 없어도 먹을수있는 오대미의 전형적 맛이 난다. 

지금 이시간에도 방앗간 정미기에서 사진처럼 쌀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 논농사는 끝났지만 내년의 농사를 위해 얼마뒤엔 논을 또 갈아 엎겠지요.

또다른 시작이 다시 시작되는거.... 다들 아시져?

기분좋은 저녁식탁에서 한바탕 웃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