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빠르게 지난 일년살이...

아스팜농장 2007. 12. 21. 18:24

공식적으로는 지금 막 가을 산불근무가 끝났다.

올가을은 7명이 근무를 해서  좀 수월하게 근무를 했고 가을철이라 산불도 주춤 했다.

일년에 5개월은 근무하고 나머지 여섯달은 농사에 매달리고 한달은 놀다 봉께로 시간은 덧없이 갑니다.

말하자면 내 직업적인 일과, 공익적 일을 하면서 시간도 보내고 머니도 챙기는데 우째 주머닌 그대로 텔레텔레하다.

그래도 뭐 얼마간 저축도 하고 쓸만치 쓰고 먹을만치 먹고사니 그다지 아픈 맘은 없지만 사는게 맹 다 똑같은기라.

 

 

이른봄 밭갈고 씨뿌려 거둬들이는게 사람사는거랑 똑같은 거라서

애지중지 키워 높은값 받으면 안면에 웃음꽃 피고 개뿔이나 낮은값 바닥으로 기면 완전 파인기라.

농삿꾼 맴이야 누구나 다 같겠지만 난 올해 처음으로 정상탈환(?)했다.

봄부터 여적까정 대충 맘먹은대로 이뤄내고 사는맘 그래도 편한듯하니 이만하면 됐지 더 바라면 욕심이다.

 

지지난해 어느날

하우스 고랑에 무릎으로기면서 오이 이파리와 곁순을 따면서 한나절 거반 됐을땐데 갑자기 심통이 나는기라.

땀은 온몸을 감돌아 흐르고 사타구니 홋바지는 찰싹 달라붙어 좀체로 육체이탈을 안하고

콧구멍 숨결은 가슴속 허파를 끓일듯 더운날이였는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담배연기 흩어지듯 마음은 여러갈래 찢어지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골이 띵하도록 뜨거운 하우스 바닥에서 궁딩이 흙뭍치며 골패이게 고민을해도 답이 안떠오르고

우째우째 70미터 기럭지 두고랑을 작업하다말고 잠시 쉬는데 퍼뜩 번쩍하는거였다.

 

 

맞다

그거였다.

욕심이 가득찬거.......

 

그걸 발견하고 얼마나 기쁜맘이 드는지 내가 대견할정도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열심히 성실하게 바른길로 앞만보고 걸어가는 자세로 매사에 임하니 힘도 덜들고 일도 능률이 오르고 때론 흔한말로 사는 재미도 나는게 긍정적으로 일관하게 되었다.

지옥이 딴데있는게 아니라 지 가슴속에 있다더만 내가 그 지옥을 지고 살았던게다.

버리면 가볍고 버리면 맑아지는건데 그걸 못하고 움켜쥐고 뜨거운 감자처럼 먹자니 델꺼같고 버리자니 아깝고 촌늠 어리버리 살아온거 맞다.

어쨌건 노력한만치 얻어낸거고 부지런 한거만치 여유로운거였다.

 

 

오늘 일년의 모든 일이 끝나고 조금은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무 보일러가 있으니 말일 가까이 나무 두어차 해 놓고 나서 새해를 맞이한다.

또한 1월5일 시작되는 산천어 축제에 슬슬 다니며 물고기 코를 꿰어보면 이 또한 하루를 접기엔 안성맞춤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전화가 온다.

그간 못 만나고 정답게 한잔 찌끄리지도 못한 시간들을 꿰어맞추며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들이 주어질꺼다.

또한 그토록 좋아하는 낚시도 못한걸 그나마 얼음구멍 딜다보며

맑은 물속에 노니는 산천어자태에 빠져들면 볼태기가 얼어도 발이 씨려 겅중대더라도

 

난 좋아~~~~~~~~~~~~~~~

 

일단 내일은 고향 홍천에 간다.

동부인하여 모이는 쌍방울 친구들 모임이다.

아내는 호박죽 쑤어가지고 간다며 단호박과 맷돌호박을 들어냅니다.

아침 출근길에 떡방아간 들려 찹쌀 갈아오라고 까만 봉다리 하나쥐어주며 등을 돌려세우는데 나는 왜 뻘쭘한걸까?

남정네가 방앗간을 드나드는게 익숙치 않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내 친구들이 먹는데 까짓꺼 뭐 못이기는척 차에 오릅니다.

 

눈이 부시도록 노오란 호박속이 그렇게 고와 보일수가 없다.

드믄드믄 보이는 호박씨가 무슨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

일년내내 밭뚝에서 농부의 눈길을 받으며 자란 호박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일까?

아니 "소중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