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붉게 타오르는데...
앞의 산이고 뒤의 산이고 모두가 붉게 타오르는데 허구한날 밭고랑 헤매고 있으니 마음만 조바심을 느낀다.
서리 올때가 지났는데 올핸 좀 늦은것같다.
지난해 같으면 벌써 마무리를하고 슬슬 내가좋아하는 일들을 할텐데 작은 외발수레끌고 오늘도 열심히 오이 호박에 마음을 뺏긴다.
서리가 늦게오니 지갑은 두툼해지는데 마음은 편칠 않다.
기온이 내려가니 이녀석들이 길어지질않고 통통해지기만하는데 이런걸 보낼려니 마음에 걸린다.
좋은물건을 보내야 제값을 받는데 아무리 끝물이라도 어느정도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밤 9시 뉴스에 날씨언니는 산간지방엔 기온이 뚝떨어져서 땅바닥에 얼어붙을지도 모르니 농작물 관리를 잘하라고 한다.
서리가 오면 모든 야외 식물은 푸르름을 감추고 또다른 기다림으로 입을 다문다.
다른한쪽엔 일년동안 따내던 강낭콩 밭을 정리했다.
물론 다 하지는 못했지만 지주제거는 다했고 내일은 덩굴 밀어내고 멀칭 비닐을 걷어내야한다.
하나씩 둘씩 가을을 접어간다.
하우스 건너편 산비탈 나뭇잎들은 하루가 다르게 붉게 물들고 단풍나무 북나무 경쟁을 한다.
바람소리 갈풍댕이 사각대면 가슴속 찬바람 막아내야 한다.
박새 두마리가 무언가 물고 경운기 손잡이위에 앉아 부리로 쪼아대며 시장끼 메운다.
산속에 있던 새들이 사람이 있는 민가쪽으로 내려오면 가을은 이미가고 없다.
산골의 겨울은 일찍온다.
들국화 노랗게 꽃이한창인데 이런날 서리가 내려 눈물꽃되면은 산노루 걸음걸이 조심스럽다.
발자취 남기면 안되는일이고 낙엽에 바삭소리내도 존재의 의미를 나타내니 마냥 두리번댄다.
올핸 유난히 들짐승이 많아서 농부들의 마음을 애태우며 저들은 살을 찌웠다.
겨울을 나려니 많이 먹어야 하고 그러자니 산속먹이로는 안되고 들로 밭으로 나온다.
어떤날엔 멧돼지 사람봐도 본체만체 유유자적 걸어간다.
아예 사람이 조심스럽다.
이무슨 황당한 일인가.
개체수가 많이늘고 있는데다가 환경때문이라는 논리때문에 애꿋은 농삿꾼만 동동댄다.
조만간 개체수 조정을 하던가 아니면 기간제 포획을 하거나 대책이 있어야 할것같다.
가을이 멀어져 갈때쯤 가고싶다.
찰싹대는 부둣가 비릿한 내음이 그리웁고
골짝 산새소리 벗하는 단풍붉게 젖은 그길을 가고싶다.
산과바다.....
어느곳이든 좋으날 다가기전에 발을 디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