씰씰한 초하루.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섣달 초하루니 올때도 되었지......
길이 하얗게 덮힐정도로 내렸는데 도로는 아주 미끄럽다.
젠장 오늘같은 눈에 가만 집에 들어앉아 있을라니 쪼매 맘이 그렇다.
엊저녁부터 오라고 전화가 울어싸고 친구넘들은 불가만지 숯가만지 둘이둘이 들어앉았다는데
내가 갑자기 떠나기가 좀 그랬다.
아니나다를까 오늘아침에도 전화가 온다.
눈이 와 길은 미끄러운데 꼼짝도 할수없으니 에라 오늘 맛난거 떼를 한번 써보자.
차려졌다.
족발 뎁히고 내가 잘먹는 사라다 나오고 밤,호도. 게다가 모찌 여서알.
여기서 별미는 이거저거 야채와 계란채 골고루 넣고 무 얇게 초절이한 걸 쌈을 싸서 먹는것이다.
요렇게~~~~~ㅎㅎ
초절이 무 얇게 만두피처럼 한것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쌀로만든 라이스 페이퍼는 뜨건물에 샤브처럼 해서 먹는데 이건 그냥 놓고 한쌈하면 육해공군을
한꺼번에 장악(?)할수 있으니 오늘의 최고 별미이다.
어제 메주 두말 쑨다고 해서 거들어 줬더니 지금 금방 쑨 메주처럼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진다.
일단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볏짚으로 예쁘게 매달아 말리는데 우리집은 보일러실 허공에 매달아
말립니다.
양파자루에 한번 더 넣고 보일러실 건너지른 막대기에 총총히 매달고나면 나무보일러의 운기로 아주 잘 말라요.
지난해도 그렇게해서 고추장이며 막장을 담궜는데 이번에는 된장을 담근다네요.
간장을 내리고도 하고 그냥 메주로 곧바로 담그기도 한다는데 나야 굿이나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이때 마당쇠노릇을 잘해야 돼지고기 삶아놓고 근사하게 한잔 할수있을테니까요...ㅎㅎ
길엔 눈이 다 녹고 꺼먼 아스팔트가 낯짝을 내미니 하루중 반이 갔는데 맛난걸 먹어도 우째 맴이 씰씰허네요.
눈날릴땐 아덜모냥새로 마음이 들쭉날쭉하더만 을씨냥스럽게 바지가랭이로 찬바람만 좌에서 우로 댕깁니다.
좌에서 우. 또는 우에서 좌......
이딴거는 군대 전문용언데 잊을만 한데도 잊혀지질 않는것은 푸르른날에 함께했던 또다른 친구들이 보고파지는 것일껍니다.
한동안 시골생활에 뭍혀살다보면 도시의 날들이나 젊었을적 생각들은 까맣게 그것도 아주 새까맣게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오늘처럼 눈내리는 날이면 괜히 그시절 불렀던 노래도 생각나고 옛님도 보고 싶어지고 이러는거 보면 아직 가슴한구석 요따만한 낭만이 있는거 같지요.
이제 좀더 눈이 푸근히 내리는 날이 오면 예전 야그 한바탕 풀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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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지금~~~~ ♬~~
이 노래 무쟈게 불렀었죠.
밤거리 퇴근하는 시간에 눈이 내리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