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짱 삼일을 놀다...ㅎㅎ
이게 얼마만에 연속 삼일을 쉬고있는가 나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첫날과 둘쨋날은 휴무였고 오늘은 눈이 와서 하루 더 집에서 뭉개고 있다.
하루도 집에서 쉬는날이 없었기에 집안 곳곳이 어지럽게 늘어져있어 그걸 이틀에 걸쳐 대충 치웠고 오늘은 밤새 내린 눈을 쓸어내고 아침먹고 눌루랄라 뭉기적 뭉기적 딩굴댑니다.
사람이 산다는게 밥만먹고 사는게 아니잖은가?
먹고 싸고 걸구적 거리는 살림살이 정리하고 쓸고 치우고 하느라 인생의 반은 넘게 소비하는 사람살이.
뒤란의 한쪽켠엔 한 이십년의 세월을 구석댕이에서 썩어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진 쇠붙이와 소소한 물건들이 엄청나게 나왔고 그걸 밖으로 끄집어내 한곳에 쌓아놓으니 고물상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주 오래전 쓰다가 남거나 고장나면 구석에 모아 놨던거와 경운기 처음 구입해 논에서 로터리치던 구싯적 기계며 하다못해 나무로 만든 지게와 도리깨도 나왔다.
또한 일년동안 마시고 모아두었던 쐬주병과 맥주병은 노란 콘티박스로 열박스나 나왔고 모터 고장난거와 두부콩 가는 믹서모터, 모터양수기 고장난거 해서 암튼 고물장수 트럭에 한차를 실려보냈다.
저걸 돈주고 살때는 큰맘먹고 하나씩 사들인건데 세월의 흐름엔 거역하지 못하고 퇴물로 돌아가 또다른 모습으로 인간의 곁으로 돌아올것이니 다행히 연분이 다시 닿으면 내손에 쥐어질꺼고 아니면 다른곳으로 쓰여질것이다.
그런데 이 고물을 한차 싣고도 주는 고물값이 단돈 만원. 어짜피 치워야 하고 고물상 주인이 한쪽 손목이 없는 장애인이라 그냥 들려 보내려니 받질 않는다.
열심히 벌어서 살아가는 또다른 모습으로 함께하는 세상이 오늘아침처럼 하얀 세상이면 참 좋겠다.
이래저래 집안 정리도 거의 끝나고 한겨울 농부는 마냥 먹고 땡이다.
눈오면 마당에 눈이나 쓸고 추우면 보일러 불 지피고 배고프면 고구마 쪄논거 한두개 먹고 동치미 한사발 시원하게 마시면 한겨울은 슬슬 도망을 간다.
다음달 크리스마스날엔 우리집에서 고향 친구들 일박이일 모임을 한다.
올해부터 내가 회장이고 총무는 인천에 사는데 둘이서 한조가 되어 유사를 치룬다.
그 첫번째가 우리다.
마을 회관을 빌리고 우리집과 두채로 일박이일을 하는데 이게 부부 동반이라 한 사십명 정도 모인다.
음식점이나 가든아니면 펜션을 빌려서 할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음식 만들고 별식 준비하여 함께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노래하고 하루 보내는게 고향 친구들의 즐거움이라 이번엔 우리집에서 준비하기로 하였다.
어려서 뛰어놀며 함께 자란 정말로 쌍방울 친구들인데 이젠 그의 와이프들도 똑같은 친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늘 동반모임으로 함께하는데 이것도 재미있고 즐거운 만남이다.
슬슬 하나씩 준비하고 편안한 자리가 되도록 신경 써야 겠지요.
엊저녁 내린 눈으로 깨끗한 시골풍경이다.
마음이 시리도록 누가 그리운 그런 겨울아침에 진한 커피 한모금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시린 마음을 녹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