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입맛 그리고 일맛.

아스팜농장 2009. 3. 1. 23:36

 

 

날씨가 선들한게 바람도 수월차니 불어대니 얇게 입은 등어리에 봄바람 드나든다.

갑자기 저녁때쯤 얼큰한게 먹고싶어진다.

오징어 볶음.

횟감으로 동해안에서 배달되어진 딱맞게 자란 오징어를 얼려두었다가 잘게썰어 볶아냅니다.

약간의 매운맛과 감칠맛나는 소스의 합창이 아~~~ 나를 부르노라.

반숙된 후라이가 구미를 당기는데 패트병 들기름이 숱가락 가득 비빔그릇에 더해집니다.

콩나물 살짝올려 큼직하게 한스픈을 입안가득 떠넣으며 이보다 행복한게 또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모처럼 조용한 일요일이 지난다.

지난주 내내 여기저기 산불조심 방송하랴 순찰하랴 현장출동하랴 참 바쁜 날들을 보내고 오늘은 조금 쉬는듯 지나갔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여기저기 사람들 일손이 오가는데

나는 늘 이렇게 안바쁜척 사무실로 나와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속으론 슬슬 조바심을 가진다.

벌써부터 트렉터 소리가 논뚝을 가르고

경운기 탈탈대는 소리가 뛰어가는 강아지 발걸음보다 봄시간을 더 재촉한다.

남들은 논을 갈고 씨뿌릴 준비를 하는데 안바쁜척 유유자적 태연한 척 하다가 퇴근시간 꽁지가 빠지게 달려와 전답을 돌아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어쨋든 남들 일하는 두배만큼 부지런떨고

한시간 먼저 일어나 계획된 일을 하고 생각을 다져본다.

점심시간에다 삼십분을 더 보태 컴퓨터 열고 사이버 수업을 한다.

주요강의는 과수내용이고 전문싸이트 과채류(오이 호박) 프린트를 챙겨놓는다.

20여 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읽어내며 인쇄하고

같은 내용대로 철을하여 각봉투에 넣는다.

올 농사 새로운 연구내용을 거의 다 읽고 메모하면서 주렁주렁 매달린 오이며 호박을 그려본다.

작업장 한켠에 매달려 수시로 문젯점을 밝혀줄 내용들을 새로이 기억해보면서.....

 

퇴근을 하고도 한뼘쯤 해가 남았으니 낮이 많이 길어졌다.

해의 코뚤레를 산끝에 묶어두고 일할날도 머지않았건만

벌써 마음은 한여름을 들여다 보았는지

발걸음은 조용히 저만치 가있다.

봄은 아직 다 오질 않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