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쥐 눙깔 닮은 콩으로 콩나물 기르기.

아스팜농장 2005. 11. 25. 20:47

 

어제 저녁에 만든 쳇다리를 걸치고 콩나물을 기른다네.

지난번 산에 작업하러 다니며 V 자로 생긴 물푸레나무가 있어 쳇다리 만들요량으로 베어왔었다.

엊저녁 시간이 나길래 조선낫 한자루와 사포한장으로 매끈하게 만들어 조그만 다라 위에 처억 걸쳐놓고 드뎌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콩은 쥐눈이콩을 사용하는데 서목태라 해야 더 잘 알수있을것같다.

지난 밤에 적당히 불린 콩을 시루에 앉혀야 한다.

헌데 시루가 안된다.

옹기로 구운 시루라야 제격인데 우선 아쉬운대로 알루미늄 시루를 사용하기로 아내와  결정하고 면 보자기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콩을 펴서 놓고 다시 면보로 덮었다.

쪽박으로 물을 내려 봅니다.

쪼록 쪼록 소리를 내며 잘 내려온다.

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어제 저녁에도 이런소리를 했는데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저 쳇다리를 만들때도 그랬고 시루에 물을 내리며 그 소리에 마음 편해 하는것도 나이가 들어감으로 옛 기억들이 살아나는 것이리라.

나무 껍질을 벗길때도 예전같으면 오금이 들썩거려 별 생각없이 내던졌을 것인데 그것도 아주 얌전히 사포질까지 해대고 그 모양에 감탄하는 나는 분명 변해가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다.

콩나물을 기른다고 하는데 어렸을적 울 엄니가 윗방 한켠에 콩나물 시루놓고 짬짬이 물내리는 소리를 들은것 뿐인데 오늘 그 물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내가 작아지는 것이다.

그걸 바라보고 흐뭇해 입가에 미소 흘리며 자리를 일어설줄 모르니 이것도 분명 나이가 들어감인것이다.

 

쥐 눙깔을 닮아서 쥐눈이콩이라했는지 예로부터 약콩이라하여 이것도 약으로 썼다고 하니 이 콩나물이 자라서 식탁에 오르면 우린 보약을 먹는것이다.

허기사 먹는게 남는거고 보약이니 우리들 먹거리가 약 안되는게 어디있는가.

하기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던데 이늠에 쥐눈이콩을 십 몇년간 키워내면서도 콩밥만 먹었지 어디 콩나물을 생각이나 했던가.

술한잔 하구나서 얼큰한 콩나물국 한사발이면 속이 편하고 밥상에 잘 무쳐진 콩나물 한 접시면 거뜬히 한끼니를 해결할수도 있었던 그 흔한 콩나물을 그것도 그냥 콩이 아닌 약콩으로 기른다는것이다.

암튼 몇일이 지나면 까만 껍데기 벗겨지며 노란 콩나물이 대가리 치켜들고 쑥쑥 올라 올 것이다.

 

집앞에 몇마리의 개를 키우는데 한동안 청소를 안해주었더니 보기도 안좋다.

방앗간에 가서 왕겨 담아오고 경운기 시동걸어 바짝 대고 싹싹 쓸어 밭으로 낸다.

물로 깨끗이 씻어내리고 바닥에 왕겨를 깔아 놓으니 아주 깨끗하다.

케이지식으로 개집을 만들어 주었기때문에 그 밑 땅바닥엔 이렇게 왕겨를 두껍게 깔아 놓으면 한동안은 깨끗하게 지낸다.

 

집 안팎 청소도 마치고 쓰레기 치우고 싸리 빗자루로 목련의 잎새를 쓸어 모은다.

드럼통 위를 따내고 쓰레기를 소각하는데 이것도 비워 놨겠다 모아진 낙엽을 태운다.

나뭇잎 타는 냄새가 초겨울 흐릿한 저녁 나절엔 그다지 역하지 않다.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인 지금, 목련은 내년의 꽃을 준비한 몽오리를 세우고 바람을 밀어낸다.

그 화려했던 봄날의 추억도 잎새 하나없이 꽃잎으로만 살아온 하늘 파란날들.....

 

쓸어내는 낙엽도 바람에 구른다.

허연 빛바랜 연기와 같이 마당 귀퉁이로 돌아 나감으로..............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수 있으니 슬슬 겨울 폼새를 잡아 보렵니다.

산천어 축제의 고기사냥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 up 됩니다.

아마 1월 7일부터 할꺼같은데 얼음이 어떻게 얼어줄지 날씨가 도와 주어야 합니다.

두꺼운 얼음위로 씽씽 썰매도 타고 펄떡대는 산천어를 걸어올리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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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맥주한잔 어때요?

 

자~아~~~

부라아~~~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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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내가 지금 뭔소리여 =3=3=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