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

11월의 아침엔

아스팜농장 2005. 11. 2. 09:21

 

 

11월의 아침엔

흔적만 남는다

앞마당 나뭇잎도 꼼짝않고 내리는 안개를 부둥켜안고

먼산 윗목엔 나무울타리가 땅과 하늘의 경계를

제 키의 공간에 반투명의 살림을 차린다

늘 그렇던 길가 전봇대 거미줄도

물기를 한껏 품었다

배고픔의 설음에 까치도 씰개비장을 헤집고...

 

11월의 아침엔

산등성 나무도 벗는다

색색이 낙엽되어 하나씩 벗어던질때

키워준 대지를 하나되어 덮어간다

맑은날 햇살 눈부시면

또다른 모습에 이땅은 빛이나고

그렇게

11월의 아침에 길을 간다

 

11월의 아침엔

허허로운 들판에 내가 서있다

가고없음에 마음 시려하며

밭뚝 밤나무 하늘대는 바람소릴 듣는다

오그라든 길쭉한 밤나무잎새로

안개를 한줌떠 손바닥에 내려놓고

시월을 바라본다

 

11월의 아침엔

물가 억새꽃이 흩날린다

계절의 끝을 아는듯 하얗게 말라서

부슬한 꽃을 부끄러운양 다소곳 고개숙이고

아는체 한다

 

11월의 아침엔

그리운 사람을 목 메이게 그린다

또다른 계절을 기다리며

따뜻한 사랑 손잡아줄 그를 그리워한다

 

11월의 아침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