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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가을을 만났는데 겨울이라니.......

by 아스팜농장 2010. 9. 28.

 

                         (어제 출하대기중인 인큐애호박)

 

뜨겁고 지루하던 장마가 지나 가을인줄 알았더니 속았다.

잠시 가을냄새를 풍기더니 갑자기 겨울 맛을 낸다.

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쉬지않고 달려왔고 모든지식을 총 동원하여 이뤄낸 올농사.

다른해와는 달리 과채류값이 높아 수취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 금년 소득도 많아졌다.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느해는 가격 폭락이 되어 산지 폐기를 하는가 하면 그대로 밭에 따 버리는 일들이 간간이 생기곤 했었는데 올핸 없어서 못팔 형편이니 이보다 좋을순 없다.

몇년전 어느 곳에 발표한 내용중에 농업을 무시하고 가벼이 여기면 어느순간 우린 식량 전쟁에 휘말릴수가 있고 유통과 시장기능에 혼란이 온다고 기고한 일이 있다.

이미 가을 김장꺼리가 화두에 올라있고 혼란을 예상하며 매스콤이 여기저기 산지를 돌며 인터뷰한다.

우리의 삶에 기본이고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농촌,  이 농촌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직접 느끼고 접하며 사는 나는 여러 현장을 다니며 이러한 일들을 이야기 했다.

또한 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어 FTA, 농촌진흥청 폐지 운운하며 농업을 홀대하던 그 현장에 뛰어 들었었다.

그 추운 겨울 집회현장에 뛰어갔고 팔을 들어 외쳤다.

이제 계절의 변화와 아열대화 되어가는 한반도 기후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우리 대대로 내려오던 삶의 기반인 농업이 반석이 되어 국민의 안정된 생활에 기여 되어야하며 따라서 농업은 어느 무었보다도 존중 되어야 한다.

 

오늘 티브이 뉴스에선 배추 한포기 11.500원을 이야기 한다.

채소값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오르고 있다.

있는사람들이야 걱정 없겠지만 서민들의 주머니는 벌벌떨고 시장에서 무엇하나 맘대로 살수있는게 없다.

날은 추워지고 거기에 따라  일거리는 적어지고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꺼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오늘밤 산간엔 얼음이 언다고 하며 기온도 뚝 떨어진다고 날씨언니가 테레비에서 이야길한다.

오후 밭고랑 누비며 호박을 따서 콘티 박스에 담아 옮기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하늘을 봅니다.

구름 한점없이 말끔이 벗겨진 파란 하늘, 가을임이 분명한데 오늘밤 서리가 온다니 이런 개뿔같은게 있나.

시월 이십일이 넘게 따야 하는 건데 시월도 않돼서 서리가 오면 손해가 많다.

아직도 덩굴에 매달린 호박이 상당한데 저걸 다 버리게 되면 아까워서 어쩌나.......

우짜든동 하늘과의 동업이 무난히 이뤄져야 할텐데.

 

어두운 밤.

별빛이 가득한 고즈녁한 하늘로 연기가 오른다.

뒤안쪽 나무 보일러가 진가를 발휘할때가 되었고

맑고 파란 하늘이 별빛에 보여 시리도록 가슴이 시원하다.

그 가운데로 하얀 연기가 굴뚝의 방향대로 똑바로 피어오르니 나는 어릴적 내 살던 집의 굴뚝을 그려본다.

지금 생각하면 사뭇치도록 그리운 어릴적 추억들이 세상떠난 부모님 얼굴과 겹쳐 눈가에 파노라마로 흐름니다.

지금 내가 부모의 자리에 앉아 내자식 바라보며 그들을 걱정하니 돌고 돌아가는 인생사가 바로 이것인가 느껴봅니다.

시시 때때로 바뀌는 시대의 흐름이 순간 순간 모두의 삶에 다르듯이 나 또한 이전 세대의 삶과 다르게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디까지 왔는가 돌아도 봅니다.

내 사는 방법이 아이들의 거울이 되고 있는지 내가 걸어가는 길이 많은사람의 길이 되는지 잠시 멈춰봅니다.

늘 돌아보며 농촌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에게 편하게 보일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렇게 되어야 이세상 모두가 행복할꺼같은 밤입니다.

깜깜한 앞산 기슭에서 부엉이 우는밤....부엉 부~우엉 ......

겨울을 착각하게 하는 구월 스므 여드렛날 밤에.  

 

http://blog.daum.net/kwt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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