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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그리운 추억....오디.

by 아스팜농장 2009. 6. 7.

 

뽕나무 한그루

 

익어가는 오디

 

오디 한주먹.

 

논물을 보러 다니는 길가에 뽕나무가 한그루 있어 쳐다보니 오디가 까맣게 익었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어보니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다.

예전 어렸을적 우리집 뒷쪽에 뽕나무 밭이 있었더랬지.

그땐 누에를 쳐서 먹고사는 집이 꽤 여러집 됐는데 우린 누에를 몇장을 쳤는지는 내 어려서 잘 모르겠고 암튼 누에를 쳤었다.

심어놓은 뽕나무의 뽕을 다 따면 누에가 거의 꼬치를 지을때가 되는데 어쩌다 늦어지면 산뽕을 따러가야한다.

산에도 예전부터 자라난 자생 뽕나무가 있어서 몇 잔등 넘어가면 꽤나 많은 뽕나무가 있었다.

등에 지고 이고 안고 산을 내려오는 부모님은 온통 땀에 젖어 있었고 그 뽕잎을 누에한테 뿌려주면 비오는 소리처럼 누에의 뽕잎먹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그걸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가엔 미소가 넘치고 그 의미는 알고도 남음이 있어 덩달아 나도 허풍을 떨며 웃어대곤 했었다.

그시절 학교갔다 집에오면 딱히 간식꺼리가 없고 스스로 알아서 찿아 먹어야 하는 시절이였으니 당연 뽕나무 밭으로 가야하는 이유다.

그때 거기 심겨졌던 뽕나무는 개량종이라서 달려있는 오디도 공갈 좀 보태서 엄지손가락만하게 컸다.

그 오디를 가지를 휘어가며 입이 새까맣토록 먹고 손도 까만 장갑을 낀것처럼 따서 먹으며 즐거워했었지.

그땐 머슴애건 계집애건 구분없이 똑같이 주디가 쌔까매서 히히 웃을땐 속살꺼정 보였드랬지.

꺼먼 이빨 넘어로 보이는 까만 목젖이..... 속까지 까만건 너뿐인가 하노라~~~하하하하하

그땐 참 맛있었는데.......

오늘 그 생각을 하면서 혼자 빙긋이 웃고 있자니 옆으로 버스가 지나간다.

그모습을 봤는지 손을 흔들어주는 운전기사의 센스에 감동먹고 달콤한 오디맛에 추억먹고 배가 부른건지 마음이 부른건지 암튼 맛있게 시간을 먹었다.

원래 오디는 하나씩 먹는것보다 한주먹씩 따서 한입에 털어넣고 우거적 뭉개며 달콤한 맛을 짜내는 혀의 놀림으로 느껴야한다.

이건 순전히 오래된 추억의 꼬리를 붙잡아야 할수있는것인데 뭐하다고 하나씩 먹다간 단맛의 갈증만 느낄수있고 손가락에 꺼뭏한 오디 물감만 들인다.     

아직도 오디맛이 입안 가득 고여있는데 추억은 자꾸만 새로워 진다.

이러면 뽕도따고 님도보고 ~~~~ㅎㅎ

 

논바닥도 이젠 퍼렇게 변해간다.

엊그제 가지치기 거름을 주었더니 금방 진녹으로 변해 저만치서 봐도 시퍼렇다.

매일매일 다르게 자랄것이고 논두렁 풀도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논두렁 심어놓은 콩이 두장의 잎을 피웠고 새가 쪼아놓은 자리에 다시 누빈 콩은 잘 불고 있는지 아님 벌써 새가 훔쳐갔는지 몇일 더 기다려 봐야한다.

심은대로 거두리라......성경에 나온 글귀지만 농부의 철학도 같은 맥락의 밭고랑을 간다.

철따라 심고 거두고 그사이 땀도 뿌려가면서 황소처럼 뚜벅뚜벅 전답을 누빈다.

그러면서 달력의 숫자도 하나씩 먹어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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