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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라디오가 감성을 건드려 날 울리네.

by 아스팜농장 2007. 9. 14.

라디오에서 나오는 오전 방송중에 정한용 왕영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중 금요일분 부모님 전상서라는 대목이 있다.

이시간쯤이면 작업장에서 박스 포장을 하며 귀는 스피커에 고정한다.

한참을 정신없이 담아내고 있는데 강원도 홍천에서 보낸 어느 여인의 부모님 전상서에서 정말로 눈물이 앞을가려 소매끝으로 몇번을 훔쳐내며 작업을 했다.

원래 사연의 본인이 읽어가며 방송을 하는건데 어려서 부터 목이 안좋아 왕영은이 대신 읽어내린다.

내용인즉은

어머님을 일찍 잃고 한이 맺혀 풀어내지못한 아픔을 조목조목 적어내려간것이다.

어머니는 몸에 병이있어서 앓아오던중 째지게 가난해 병원도 못가고 집에서 있던 어느날 저녁 아버지가 엄마가 돌아가실것같다고 자고있는 딸(본인)에게 외할머니를 모셔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서 시작된다.

울면서 달리고 달려서 당도한 외갓집에 도착한게 새벽이 다되어서 였다.

그때 나이가 일곱살의 어린여자아이였고 무섭고 무서워서 뒤도 안돌아 보며 갔다는데 할머니께 엄마가 돌아가실꺼 같다고 하니 주섬주섬 옷을 입고 길을 나서시는데 자기는 따라간다해도 오지말라며 혼자 떼어놓고 가셨는데 어린소녀는 내내 엄마가 돌아가시지 말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얼마후 할머니가 오셨고 돌아갔다는 말을 듣는다. 길떠나는 상여를 붙잡고 어린 일곱살의 딸은 엄마 가지말라고 울고불고 떨어지질 않아서 동네사람들이 억지로 떼어놓고 훗날 그렇게 울더란 이야기를 했노라고....     

그때가 일곱살이였고 아버지는 호구책에 연탄공장에서 일하시다 다리를 다쳐 재기 불능의 장애를 가지게되었고 그러다 세상을 뜨고 결국 홀로계신 외할머니댁으로 옮겨살던중 11세 되던해 할머니마저 이별을 해야했다

막막한 삶속에서 오늘을 맞으며 적어내려간 이야기를 들으며 그 어린 일곱살의 어린이가 밤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상상되어지고 그런상황들이 그림으로 그려지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눈물이 흐르고 읽어가는 왕영은도 옆에서 같이 진행하는 정한용도 우는 목소리가 눈물배어 나온다.

사람의 운명을 그렇게 타고난건가?

누군 귀하고 누군 천하게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갑자기 지난 어릴때 일들이 떠오른다.

열다섯살때 아버지를 잃은 나는 떠나는 상여뒤를 따르며 눈물로 콧물로 내를 이루던 그때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영면하실 산에 도착해 하관을 할때 상주가 청실홍실을 홍대에 얹어 절을하고 하는 절차가 있다.

그때 난 절을하며 하도 흐느끼다 그만 그대로 엎어져 잠깐 정신을 놓았었고 누군가가 깨워 흔들어 눈을뜨니 이미 회닫을 상태로 흙이 덮여있었다.

그런 일들을 떠올리며 방송을 듣자니 내가 그인양 눈물이 흐른다.

저쪽 밭에서 호박 바구니를 들고오던 아내가 내가 눈물을 훔치는걸 보며 의아해한다.

저 방송을 들어보라고......

그제야 알았다는둥 오십줄에 든 남편의 눈물에 웃음이 나나보다.

왠지 나도 겸연쩍어 슬그머니 일어나 바람을 쐬이며 분위기를 바꾸지만 감성에 약한 나는 금방 돌아오질 않아 한참을  서성여 봅니다.

날씨가 흐믈댄다.

태풍도 온다고 발표를하고 비도 많이 온다하고 가을철 날씨가 심술을 부리나 뭔늠의 가을비가 이리도 오냔 말여.

내일 춘천에 간다.

집안의 칠순행사가 있으니 그동안 못잘랐던 머리도 자르고 흰머리가 많으니 염색도 하고 깔끔하게 새로 단장을 해본다.

아침부터 감성을 건드려 차분한 하루가 간다.

피곤하지만 즐겁게

타고난 팔자에 줄달음 쳐 깨달음의 뭔가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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