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눈이 내리고 있다.
어제 아침부터 내리는 눈은 하루 세번을 치우도록 내리더니 오늘 내리는 눈은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녹아버린다.
비닐하우스 위에 얹혀있던 눈도 지난번 때와는 달리 바로 흘러내려 봄기운이 있나하고 힘껏 땅바닥을 디뎌본다.
도로는 염화칼슘때문인지 눈온뒤 두세시간 뒤에 모두 녹아 질퍽거리는 흙탕물에 다니는 차들은 흙개벽을 하고 보이는 곳은 앞유리와 사이드미러 뿐이다.
지난번 일부 제수를 준비하였고 못다한 제수를 장만하러 읍내에 나갔다.
딸내미는 엊저녁에 일찍왔고 아들은 오늘 근무 끝내고 온단다.
시장통을 구경삼아 다녀보니 고소한 기름냄새가 진동하는데 사람들이 진을 친다.
요즘들어 떡이나 전을 만들거나 부치는 사람이 적은데 이런걸 보면 알수있고 난전의 아주머니는 손이 안보일 정도로 바쁘다.
떡집도 그렇고 전 부치는 아주머니도 다른 명절 분위기를 새삼 느끼겠지만 나는 좀 아니다 싶다.
명절때나 큰일이 있을때면 가족이 함께하는 씨족중심의 분위기인데 아무리 핵가족 두사람이 산다해도 명절엔 그래도 기름냄새 집안에 풍기며 정성껏 음식장만하여 명절을 맞이하는게 우리네 미풍인데 시장을 돌아보며 많이 변해버린 지금세대의 풍속을 느낍니다.
이거야 누가 뭐래도 어찌할바 없지만 하나둘 잊혀져가는 오래된 정겨운 풍습이 사멸되어간다.
지난번 산천어 축제때도 한쪽 부스에 옛날 모습들을 재현하고 실제로 체험하며 느끼게 만들어 놨음에도 오직 산천어 고기잡기와 놀이에만 빠져있지 아무도 여기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거야 그렇더라도 먹는거는 어찌됐건 스스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하는게 맞지 싶다.
은행에 들려 아들녀석 전세금 오른 자금을 통장에 묶어두고 새돈을 바꾸려하자 이미 다 나갔다고 여직원이 말하며 천원권은 있다고 한다.
이거야 말로 세월이 딴데로 흘러 세뱃돈 천원짜린 구경도 못하지만 받을 아이도 없다.
최하 오천원에서 몇만원씩인데 지난번 어느 모임에서 이런 얘길하는걸 들어서 잠깐 소개하려한다.
얘긴즉은 천원짜리와 만원짜리를 꼭 바꿔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세뱃돈줄때 천원짜리와 만원짜리를 하나씩 주면 말 그대로 천만원이고 오천원짜리와 만원짜리면 오천만원이란다.
그야말로 언어의 마술이고 이걸 그대로 받아줄 아이는 하나도 없겠지만 마음은 그야말로 부자다.
그런 세뱃돈도 이제는 마음대로 줄수도 없다.
어느집이건 이젠 아이가 하나 아니면 둘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배 받을일도 아주 간단해졌다.
우리 어렸을땐 방에 주욱 둘러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세뱃돈을 얼마나 주나 하고 언니 오빠 손을 눈여겨 봤던 기억이나 또한 그렇게 하루가 가며 밤을 지나 아침이면 주머니 뒤적이며 꾸깃꾸깃한 지폐를 세며 엊저녁 셈하고 맞나하며 헤아리던 그때는 벌써 사오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우리 형제가 부모가 되어 성장한 자식들을 바라본다.
큰집의 조카는 손주딸을 안고 오고 아직 짝을 이루지 못한 과년한 자식들은 무슨 죄지은 모양으로 말이 없다.
보는 사람마다 같은 얘길하니 그것도 참 그렇다 그치?
명절은 누구에게나 마음 들뜨게 하기엔 충분한 마력이 있다.
물론 돌아갈 내집이 있고 내 부모가 있어 반갑게 맞이 해줄 모두가 있어 그렇겠지만 그보다 더 그리운건 내가 자란 고향이 있어서일 께다.
지난 추억들이 서려있고 떠나있던 친구들이 돌아와 만날수 있고 정을 나눌수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고향길이니 고생길이니 하는 말이 나왔고 그러면서 아귀다툼 살아가던 도시를 공동화 시키면서 고향을 찿는다.
난 명절때면 우리 어머니가 해주던 만둣국이 제일로 생각난다.
그때 그시절엔 고기 구경하기가 쉽지않을 때여서 만둣국 한동이 끓여놓고 세배오는 사람들 상차리며 떠주던 그 만두국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조선간장에 파 송송 썰어넣고 깨소금과 고춧가루 약간 넣어 양념간장을 만들어 각자 입에 맞게 넣어 먹는건데 그 간장맛이 아직도 입에 살아서 그립게 한다.
지금이야 마트나 시장에서 늘 구입할수 있지만 그시절엔 적은 물동이나 널찍한 그릇에 흙담아 심어놓은 상큼한 겨울 파.
그 파의 아리한 맛과 고소한 깨소금의 어우러짐.
김치속 만두의 잘익은 우리집 김장김치 맛이 내 입과 두뇌의 기억창고에 아직 남아 있어 난 행복하다.
오늘 그런 만두를 끓여 달랬는데 지금 먹으라고 부른다.
그 만두를 먹으러 주방으로 난 간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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