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요즘같은 세월에 차비없다고 면사무소에 구걸 오는 놈이 있네그려.
점심을 먹고 차한잔하고 면사무소 원탁에 앉아 계장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사무소 문이 열리며 한사람이 들어옵니다.
나는 등을 문쪽으로 돌리고 앉아있었고 다른 세명의 계장들은 양옆으로 앞으로 앉아서 이야길하고 있는데
민원인인줄 알고 민원계장이 무슨일로 오셨냐고 마주 앉았다 물어봅니다.
우리야 흔히 오는 민원인인줄 알고 대수롭지않게 이야길 하고있는데 온사람이 대답이 없다.
궁금해서 누군가 돌려보니 한 사십은 돼보이는 튼튼한 남자가 두리번 대드만
"원주에서 왔는데 차비가 없어서 왔습니다" 이런다.
하도 기가 막혀 다시 쳐다보는데 아주 멀쩡하고 행색도 초라하지않고 그런모습의 남자였고
그말을 들은 나머지 우리셋은 모른척 시침을 떼는데
말을건 민원계장은 아주 난감 그 자체다..ㅎㅎㅎ
말을 물었으니 답변도 해야하고 그 일 처리도 해야하는데 딱히 뭐라 할말이 있겠는가.
그 표정을 보니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더이상 그자리에 앉아 있을수가 없어서 일어서니 다들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어찌어찌 이야기하고 차비 3000원을 주어 돌려보내고 돌아서는 씁쓸한 그모습도 얼마나 우습던지 가고난뒤 다들 한마디씩 한다.
예전엔 행려자 관리비가 예산에 있어서 그런대로 됐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으니 설상가상 당사지 몪이라....
과거 나도 이장볼때 동네에 행려자 한사람이 늦은 저녁에 들어와 냇가 으슥한 돌담밑에서 거적깔고 쭈그리고 앉아있는걸 버스 태워 보낸적도 있어서 남에일 같지않아 잠시 멍하니 돌아가는 그의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그땐 행정망으로 연락을하고 태워보내면 다음 단계에서 인수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줬는데 지금은 그때와 달라서 그게 참 난감한 일이거든요.
한동안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 그 모습을 보며 측은한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멀쩡한 놈이 그러고 다니니 한대 쥐어박고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더라구요.
몸이라도 불편하고 정신이라도 온전치 못하면 그건 어찌보면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수있겠지만 아주 멀쩡하고 몸도 튼튼하고 생긴것도 수수한데 면상에 부끄러운 표정 하나없이 차비가 없어서 왔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도 한심하더라는............
내일은 평창엘 갑니다.
2009 평창 IBU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바이애슬론 경기장에 갑니다.
말하자면 화천과 평창의 우호적 교류라고 할수있는 사절 행사의 일환으로 방문합니다.
종일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라 참석했다가 동해로 살짝 거쳐 바닷바람 코에 넣고 바닷고기 한접시 해치우고 오는거랍니다.
겸사겸사 시간을 맞춰서 한바퀴돌아오려고 하는데 날씨도 많이 풀렸고 외국선수들도 많이 왔다고 하는데 그쪽 회장단과 반가운 하루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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