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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은행잎.. 그리고 해장꺼리.

by 아스팜농장 2005. 10. 23.

 

길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을 들이고 서있었다.

어젯밤 두번째로 대지를 얼려놓더니 은행잎이 다떨어져 바람에 흩어진다.

 

 

시골 초등학교 정문길엔 노란 은행잎으로 오는 이를 환영한다.

지나다 보기좋아 찍어봤는데 색감이 좋치않아서 느낌이 그렇다.

 

 

안으로들어가 찍어보는데 일요일의 학교는 너무도 정적이다.

아무도 밟지않은 길엔 은행잎만 나부끼며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나무밑 쌓여있는 은행잎은 발길을 멈추게하고 털푸덕 주져앉아 늦은가을 햇살을 끌어모은다.

은행잎 방석위에 기분도 엄청좋아져 만나는 이웃과도 연신 웃음이 피어난다.

 

 

아침일찍 밭으로 갔더니 밤새 얼음이 다리위에 두껍게 얼어있어 진짜 겨울이란걸 느껴 손이 절로 주머니로 찿아든다.

이제 모두 얼어 뒷정리 할일만 남아있다.

하우스 오이도 꽁꽁, 바깥의 호박도 꽁꽁.....

결국 낫을들고 덩굴을 잘라내린다.

이른아침 손이시려 부지런히 움직이고 등에 땀이나는 느낌을 받을때까지 쉴참도 없다.

아침을 뒤로하고 식전에 일하는걸 해장꺼리라고 우린 칭한다.

 

내가 처음 농사를 시작하고 품앗이를 하는데 저녁 마무리할시간쯤 동네사람들이 해장꺼리로 남겨둔다고 하며 논두렁에 앉아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는데 난 그걸 이해하질못해 궁금해 하였다.

그때가 가래질 할때였는데 부지런히 혼자하려면 시간반정도는 해야 될만한 일감인데 그걸 남기는것이다.

농삿꾼이 부지런해야한다는 무언의 충고로서 몸소느껴야 했다.

어김없이 다음날 이른새벽에 일어나 홀로 일하며 둘러보고 집으로오니 아침밥맛은 그만이라....

 

오늘도 난 해장꺼리로 호박밭 덩굴을 걷어내렸다.

서리가 내려 얼어버린 덩굴은 맥없이 주져앉고 크다만 애호박은 때글때글 얼어 아무짝에도 못쓰게 되었다.

다행이 엊저녁에 이웃에게 따가라고 해서 덜 아깝긴 하지만 내가 진짜 아쉬운건 호박순이다.

어린 호박순을 따서 찜통에넣어 쪄내고 된장 맛나게 양념해서 밥한술 입에물고 꾸욱찍어 먹어보고 이파리 넓게펴서 쌈을싸서 불때기 빵빵하게 우적거리며 먹어보는거였는데 오늘아침 그기대는 산산이 깨져 나갔다.

요리봐도 조리봐도 생생한 이파리하나없이 다 절궈버렸다....

해장꺼리로 내내 하던일도 접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늦은아침을 먹으면서도 아쉬운 호박순땜에 애꿋은 된장만 뒷전이되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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