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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토종벌통 산에놓다..

by 아스팜농장 2005. 5. 2.

 


 

약간낮은 바위아래 놓여진 벌통.

 



꽤높은곳의 바위아래 벌통.(올려보며 찍은사진)

 

날씨가 화창하다.

5월10일을 전후하여 산에 갖다놓던 벌통을 생각난김에 오늘 산에 놓기로 했다.

집에서 벌을 몇통씩 월동을 했었는데 지난해 가을에 마을 한귀퉁이에 외지서 온 양봉업자때문에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양봉은 가을밀원이 없을때는 설탕사양을 시켜야 하는데 이사람은 외지인이라 덜한거다.

양봉이 토종벌통에 도둑질을 와서 모조리 꿀을가져가고 말그대로 벌집을 만들어 놨다.

그 주인을 찿아가 항의를해보니 이미 망가진 벌들이 살아날리가 있겠는가....

결국 그사람이 양봉꿀 두병을 가져와서 통사정 하는통에 나만 종쳤었다.

 

이렇게 산에 가져다 빈통을 놓는걸 설통이라한다.

아침부터 묵은 벌통을 청소하고.... 도취램프로 불청소하고.... 냄비에 밀랍을 넣고 끓이고....

벌어진 통은 철사로 조여서 고정하고 바쁜 오전을 보냈다.

꿀을 다 짜내고 남은 찌꺼기(벌집)를 끓이면 밀랍이 녹아 노랗게 뭉쳐진다.

몇차레 반복을 하며 정제하여 보관한다. 예전엔 구정같은 명절때 찰떡을 해서 이 밀을 녹여 발라서 먹곤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한다. 다만 이럴때만 녹여서 벌을 유인하기위하여 벌통안에 발라 사용한다.

 

저 벌통은 큰 바위아래 움푹한곳이나 양지쪽 바람이 적게타는곳의 바위밑이라야 벌이 잘든다.

토종벌은 예전부터 이렇게 벌씨를 받아서 가을에 집으로 가져와 벌들의 겨울양식을 남겨두고 꿀을 뜬다.

그리고 이듬해 이맘때쯤 분봉이 나면 다른통에 받아서 늘려간다. 벌은 분봉이 날때는 자리벌이라는 놈들이 미리 이사갈곳을 보아두고 길을 안내한다. 첫배는 어김없이 멀리간다. 두배 세배째는 가까이 나무에 붙는데 이렇게 세배에서 다섯배정도 분봉이 이루어진다.

또한 분봉나는 벌은 어른벌들이고 남아있는 벌들은 새끼벌들이다. 이놈들이 또 커서 새끼가 부화되면 다시 분봉을 하고......   

올해는 8통을 산에다 놓으려고 한다 오늘 다섯통을 놓고 내일 세통을 더놓으려하는데 산에 오르기가 만만치않다. 어께에 메고 아니면 옆구리에 끼고 나무를 휘어잡고 산에오른다.

낙엽이 푹푹빠지며 미끄러지다 오르고..... 나무가 많이 커있구나...

 

순도 100퍼센트의 토종꿀이 이렇게 얻어진다.  잘되는 해는 여러병 얻을수가 있는데 잘아는 지인들 불러모아 가을 서리올때쯤 어둑해진 초저녁에 벌통 윗뚜껑 열어제쳐 맑고 영롱한 자연의 선물인 토종꿀을 개꿀(벌집채로 으깬것)채로 얼굴이 벌개지도록 먹어보자.(올가을 희망사항)

그러다 기분내키면 어김없이 양푼에 쐬주 두어병 쏱아붓고 휘휘저어 달이 중천에 걸리도록 마셔댈것이고 찬이슬 어깨에 선득선득 느껴질때쯤 실실 방으로 모여들것이리.......

 

여튼간에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순리대로 받아들이자.

양봉하고 달라서 토종은 꽃이 좋은 해는 꿀이 많이 들어오고 비가 많이 오는해는 제 먹이도 겨우한다. 이렇게 순응하며 기다리고 벌 뒷다리에 꽃가루뭉쳐서 한짐지고 들어오는 앙증맞은 일벌들의 근면함을 배우고 일사분란한 그들만의 질서가 인간사회에도 뿌리내리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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