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하는일 없이 하루종일 빈둥대다 오후 늦게 밭과 논을 한바퀴 둘러보다가 문득 5월초에 산에다 놓은 토종벌통을 보러 가게 되었다.
이삼일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그렇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쉬는게 낫다싶어 그대로 집에 있었다.
밭에서 가까운 산의 바위 밑에 놓은 토종벌통은 햇빛에 유난히 잘 보이고 그중 가운데 벌통으로 가끔씩 뭔가 나는게 보이고 그러니까 더욱 가 보고 싶어진거다 .
무쇠 낫(조선낫)을 들고 우거진 풀과 작은 나뭇가지들을 치우면서 올라 가는데 벌이 보인다.
기적같은 일이 생긴거다.
토종벌에 바이러스 일종인 봉아낭충 부패병이라는 병이 돌아 전국적으로 전멸을 하다시피 하는데 이런 경사가 내게 일어난 겁니다.
내가 왜 이렇게 좋아 하냐면 농사를 짓다보면 매사 결실을 맺는 모든 식물에게 수정 매개체가 필요한데 그 중에 벌이 최고인거죠.
지난해 우리 벌들도 모조리 그 병에 걸려 사라지고 올봄 그래도 꿈을 가지고 산에 벌통을 놨는데 그중 하나가 성공했다.
그 벌통 하나면 우리밭 농사는 큰 일꾼 수천을 얻은 거니까 나는 개선장군이 된거나 마찬가지다.
안그러면 어디서 양 벌 한통 사다 놓으려고 했는데 토종벌 한 통을 자연에서 얻었으니 하늘에 감사하며 산을 내려옵니다 .
내일부터는 젊은 애들 말대로 아주 빡쎄게 일해야 합니다.
오이 아랫잎 따주고 약치고, 노지 오이 덩굴 2차유인 작업해야하고, 간간이 조석으로 논에 물대러 다녀야 하니까 아주 빡쎈거죠.
그래도 신나는 하루하루가 되겠죠.
옛 어른들 말씀대로 오이가 외(오이)크듯 하니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