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명절은 어김없이 세상천지 날이 밝아오며 닭장 숫탁들이 홰를치며 깨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설이라야 몇년전부터는 어쩜 요식행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마음은 나 어릴적 생각에서 더이상 성장하질못하고 그대로인것을 어찌할수가 없다.
설날이란 눈이 허옇게 내린 마당에 사람 발자욱이 소롯이 찍힌 그런 길이 있어야하고 추워서 호호 대며 넉넉하지 않지만 새로 장만한 새옷을 입고 만두국에 쇠고기 한두절음 올려놓은 고명을 보며 입안 가득 침을 고이다 이제나 저제나 아부지 수저 드시길 바라던 그때가 솔직히 설날이였었다.
설날이면 차례를 지내고 으례 정해진 코스를 밟고 술한잔 올리며 세배를하고 큰집으로 사촌집으로 하룻밤씩 거처를 바꾼다.
늘상 가는 길이라도 매번 보는 길이라도 그해의 느낌을 길거리에서 볼수있다.
지난해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땟는지도 사람살이가 어땟는지를 길거리 오가는 차량들과 인파로 대충 꿰어찰수가 있다.
연휴가 짧아서 귀향길이 어땟다느니 뭐가 어땟다고 방송에선 떠들어대지만 내눈으로 딜다보는 현실은 그러하지만은 않은것이다.
마을 어귀를 봐도 오가는 이가 뜸뜸하고 공원묘지 성묘길도 챗구멍 물새듯 막힘이라곤 전혀없다.
시장의 대형 마트에도 발길이 뜸하고 단지 먹는거 준비하느라 주부들만 바삐 다녔다고 하니 이게 지금의 아픔이다.
한적한 시골의 모습에서 도시의 복잡함을 미리 걱정했던것도 기우였고 내생각대로 상상했던 조금의 기대도 어김없이 박살이 나버렸다.
올해의 명절은 어딜가도 "조용" 한게 컨셉인듯 그렇게 지나갔다.
서울서 직장다니는 큰애도 아침에 귀경했고 딸아이도 운전면허딴다고 학원차로 아침에 가고나니 조용한게 나혼자 집에서 할일이라곤 아직은 없다.
좀전 이웃에서 만두국 끓였다고 점심먹으러 오라하여 막 한그릇 비우고 집에와 가만 생각해본다.
이번 주말쯤 만두국 끓여 동네사람들 불러 점심이나 한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누가 그러든데 명절에 잔뜩 모였다가 다들 떠나고 나면 아이들 복작대는 소리와 모습들이 환청과 헛것으로 다가온다고.........
노인들이 혼자가 아니면 두 양주께서 사시며 조용하다 씨끌하고 그러다 떠나가고........
어쩜 현실의 오류라고 말할수도있지만 사는게 어려우니 마음대로야 할수 없겠다 하더라도 부모가 무슨죄로 환청을 들어야하는가 말이다.
이게 남의 일이 아닌걸로 우리들에게 다가오지만 그걸 미리 준비하는것도 삶의 끝자락을 여여하게 지낼수있는 방편이기도 할것이다.
정월 초 사흘이 반쯤가고 햇살이 따스하다.
복수초가 노랗게 피었다 하고 사촌댁 정원에 철쭉이 잎을 두마디쯤 피워냈다.
슬슬 봄의 향연이 준비되고 농부가 마음을 들로 돌릴때면 이미 때는 춘삼월이겠지.
엊그제 원주에서 충주로가는 중간쯤에 목계라는 나룻터를 보았다.
마을의 입구에는 목계나룻터라는 마을 표지석이 커다랗게 반기지만 이 남한강 어딘가에 달래강이라는 슬픈 전설도 전해진다.
스므살 남짓 넘었었을때 군대 훈련을하며 천막을 치고 대통령 올때를 기다리던 목계 다리밑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몽글한 수석의 꼬임도 그땐 몰랐었고 훗날 전해듣고 가보았을땐 이미 큰 다리가 새로 놓이고 어느곳은 출입도 자유롭지가 않았다.
길은 옛길이되 사람은 달라져 주막은 온데간데없고 그시절 막걸리 한사발 건네주던 아낙도 이젠 떠나고 없다.
박달재가 저기쯤 있는곳이 내가 가는 길이였다.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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