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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시작된 갈걷이

by 아스팜농장 2007. 10. 10.

 고구마를 캐고 줄기를 뜯어싣고 하나의 갈걷이를 끝냈다.

 

 

 

 

 

 

 아내

 

어제 무서리가 내렸다.

한로의 절기에 맞춰 기온은 어김없이 내려간다.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나뭇잎새는 낙엽으로 변해가는지 먼산부터 띠를 두르듯 색깔이 변하고

도롯가 갈나무는 단풍이기전에 낙엽이 돼버렸다.

한햇동안 푸르게 이어오던 농부의 자식같던 곡식도 계절에 맞춰 하나둘 이파리 푸석허니 사그라지고

남아있는 열매를 익히느라 태양을 �아가며 해바라기를 한다.

오늘 고구마를 캤다.

어느봄날 시장엘 가서 둘러보다 고구마싹 한단(100개)을 사서 밭에 쿡쿡찔러 심어놓은것이 긴장마를 이겨내고 빨간 밤고구마를 키워 오늘 내게 선사했다.

이정도면 우리 먹을정도는 충분하고 눈내린 한겨울에 잘익은 김장김치로 입맛을 맞추면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깊은밤 출출할때 달착지근한 찐고구마 한개면 잠들기 편안할정도의 든든함도 있고 불때서 담은 화로에 두세개 묻어두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잘먹고 잘살기의 한편이 된다.

고추도 서리오기전에 다따서 말려야하고 풋고추도 대충 걷어들여야 겨울을 즐길수있다.

수확후의 모습이 우째 겨울을 당기는것같은 느낌이든다.

가을은 아직 남아있는데.......

하우스의 오이도 싱그런 모습은 추억으로 남기고

한동안 일벼락 돈벼락 내려주며 귀하게 대접받던 호박도

계절의 변화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자고나면 쌀쌀한 기온이 살결에 닿을때면 따스한 햇살이 그리웁다.

옷소매도 길어지고 반팔의 상의도 긴팔로 변하여 농부는 갈걷이에 마음이 바쁘다.

하나씩 둘씩 거둬들이는 행복은 어디다 비길까마는 누런 호박덩이 하나들고 기뻐하고

빨간 고추 한바구니에 웃음도 한바구니 담아내는 농부의 소박함은 가을의 햇살도 가득 담아둡니다.

내년 봄 농사를짓기위해 넉넉히 준비해두는 센스도 잊지않았고 가까운 이웃들과 나누는 정도 여유있게 갈무리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아내가 한컷 내어주는군요.

영양사겸 조리사로 출퇴근을하며 틈틈히 나를 거들어준다.

서리가 내리면 후딱 덩굴걷어내고 하우스 2동을 지어야하는데 날씨가 좋아야 공사가 빨리 끝날수있고

예쁜 단풍의 모습도 즐길수있을텐데 가을의 풍요가 길게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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