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좋은글

주막에서/김용호

by 아스팜농장 2008. 7. 14.
주막에서/김용호

 

      주막(酒幕)에서/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좋은시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반월/ 황진이  (0) 2008.07.23
비가(悲歌) / 이상화  (0) 2008.07.23
눈오는 밤에/김용호  (0) 2008.07.14
나비와 광장/김규동  (0) 2008.07.14
해/ 박두진  (0) 2008.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