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가락동시장으로 오늘은 출하가 없는 날인데도
오이는 따야한다
또한 마을젊은이 여섯이 공동으로 심어놓은 율무밭에 제초작업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조용한 시골의 아침은 적막하기까지하다
가끔 개짖는 소리만 들릴뿐 인적이 없는시간이다
오이잎에 달린 이슬이 대롱대롱~~~~
참 맑고 투명하다
얇은 긴팔셔츠는 금새 젖어들고
속옷까지 시원해 진다
어느새 땀이 맺히고 오이담는 바구니엔 가득가득 담겨진다
어떤것은 못생기고 어떤것은 잘생기고......
같은줄기에 매달린 열매도 갖가지 모양이다
세상사 내맘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어쩜 저리도 다를까
노란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하다
해가 비춰지고 후덥지근하게 대지가 덥혀진다
오늘은 아내가 같이 작업을 거든다
작업이라야 내뒤에서 작은 손수레를 끌며 운반하는 것이다
몰라보게 큰 오이줄기를보며 대견한가보다
" 와~아 많이 자랐네요 "
이 한마디에 포함된 의미가 무언지 나는 안다
여러날 수고했다는 함축된 의미
그냥 웃어보인다
가끔 굵은 오이를 가위로 쭈욱 반으로 갈라 넘겨준다
아침이슬먹은 오이의 차가운 즙이 흐른다
쓰윽 얼굴에 문지르며 하는 말
" 나 얼굴 피부 고와졌죠? "
" 그럼 촉촉 하지..ㅎㅎㅎ "
둘이 마주보며 한바탕 웃어본다
이렇게 9시까지 바쁘게 설쳐대고 잠시 의자에 않는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많이 땄다
흐믓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차를돌린다
요즘 딸이 집에 와 있어서 그런대로 식사 당번을 잘한다
가족넷이 다모여 지낸다
평소엔 둘이 얼굴만 쳐다보다 요즘은 사는거 같다
일단은 조용하지 않다는것이다
집에서 좀떨어진 산비탈 밭에 도착하니 아직 셋밖에 안왔다
다올때까지 기다린다
나무그늘에 두다리 쭈욱펴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이럴때가 신선놀음이라 하던가.......
날씨가 진짜 덥다
모두가 지친얼굴이고 서로들 눈치만 본다
쉬었으면 하는마음 모를리 없다
이일을 일찍끝내야 난 오이포장을 하기때문에 아무 말없이 계속한다
일단 오전일을 마치고 냉면으로 점심을 때운다
그늘에 세운 차 문을 열고 의자를젖혀 오수를 즐겨본다
한참을 그렇게 자는데 한쪽다리가 따듯해짐을느낀다
햇볕이 들어 그늘이 없어지고 나의 몸 반쪽은 빨랫줄에 걸린 옷모양으로
말려지고 있다
바지를 겉어올려 얼마나 말랐나 대어본다...ㅎㅎ
다행히 똑같다 ~~~ㅎㅎㅋㅋ
그늘로 옮긴다
겉어올린 다리가 시원하니 정신이든다
어디서 날라왔는지 노란 꾀꼬리 한마리가 우리주위를 비행한다
어쩜 저리도 노란색이 선명할까?
나풀나풀 날개짓하며 숲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작업은 계속되고......
그렇게 덥던 날씨가 다 저녁이 돼서야 소나기를 퍼붙는다
후두둑 후두둑...........
하우스지붕위로 요란하게 비옴을 알린다
비온뒤에 서늘함
기분좋다
집에서는 감자탕 만드느라 분주하다
오늘저녁은 돼지뼈 넣어만든 감자탕에 나의 위장은 흐믓하겠다
따라서
나 오늘 일잔 할까부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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