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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좋은글

향수 / 정지용

by 아스팜농장 2008. 5. 31.
향수 /정지용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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