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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김장과 잡다한 일상들.....

by 아스팜농장 2010. 11. 20.

 

김장김치.

 

양념속 버무릴거 이렇게 두통.

 

배추 400여 포기 (이날 김치에 된장풀어 끓인 돼지괴기 한쌈에 사진빨이 아니올씨다~~ㅎㅎ)

 

한동안 블로그가 뜸 했었다.

바삐 돌아가는 시계는 좀처럼 틈을 주지않고 똑같은 간격으로 돌고 돌아 그 좋던 가을이란 계절의 아름다움도 이젠 저쪽 산넘어 남촌으로 가버렸다.

 

얼마전 김장을 마쳤다.

첫눈 오는 어느날 밤 등이 젖도록 흠뻑 맞으며 우리 내외는 배추를 도려내며 심을 때를 떠올렸었다.

첫눈을 이렇게 많이 맞아보기도  이렇게 많이 쏱아져 보기도 처음이였다.

목화솜처럼 흩날리는 눈은 가로등 불빛아래 더욱 희었다.

500여 포기 넘게 심은 배추는 반타작을 하였고 150여 포기를 사와야만 했다.

매년 김장을 하여 너댓군데 나누다 보니 이젠 그게 행사가 되어버렸고 한 이삼일은 왁자지껄 이웃 아주머니들의 소리에 이집 김장을 하는구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알 정도다.

바로 그날 오후 가져갈 사람은 가져가고 나머지는 택배를 불러 모두 보냈다.

막내동생꺼만 남기고 휑하니 빈 커다란 다라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뒤란의 창고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렇게 김장을 해서 나누고 나면 마음은 이보다 부자가 없다.

김장하고 쌀독 그득하며 땔나무 충분하면 한겨울 걱정은 그만인걸 아는사람은 다 안다. 

요즘 세태에는 별거 아닌데도 마음 넉넉해는건 아마 우리 세대는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모르지만 난 그날밤 아주 푸근한 잠을 잤다는 거다.......

 

11월 1일부터 출근이 시작되었다.

매년 해오는 일이지만 산불관련 일을 하니까 갈겆이를 아주 부지런히 해야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근 이틀전에 모두 끝을 내느라 안쓰던 대민지원을 받고 농사일을 마무리 할수있었다.

한해동안 아낌없이 내어준 땅의 고마움을 느끼는걸 보면 난 천상 농부다.

한때는 군인으로 한때는 장사꾼으로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인가 나는 흙을 밟고 서 있었으며 그 흙의 아들로 나는 살고있다. 

그리고 그 일상이 끝나면 다시 출퇴근하며 나만의 또다른 보람을 찿으며 요즘을 보냅니다.

 

이달들어 부주 내는 일이 많아졌다.

누구의 자손이 결혼을 한다하고 누구의 칠순잔치라......

그리고 간간이 노인들의 몸바꾸는 소식이 들린다.

한건에 5만원씩 봉투에 담다 보니 이거 또한 거하게 나간다.

내나이 들어감에 아이들도 나이가 차 있으니 안가면 속보이는 일들이라 청첩장 받는대로 빠짐없이 다니니 요즘은 마누라 얼굴 볼 시간도 읎이 지난다.

 

엊그제 마을에서 초상이 났다.

연세가 많으신데 요양병원에 오래도록 계시다 그곳에서 혼자 쓸쓸히 눈을 감으셨다.

자식을 오남매씩 두고 재산도 꽤나 있는데도 어느놈 하나 부모 봉양할 새끼가 없다.

배아파 낳아 기르고 시집장가 다 보내줘도 늙어 병들어 제 육신 못다스리면 남보다 못한 신세가 되는 현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냐 말이다.

그 집에서 밤중에 전화가 왔다.

웬일이냐니까 시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며 잠깐 이야기 할께 있다고 왔다가라니 안갈수도 없고 해서 내려갔더니 이것저것 물어보는 폼새가 돈이 아까워 아주 안들이고 장사치룰 생각이다.

알아듣게 알려주고 부고 보낼 사람 이야기하라니까 벌써 적어놨다.

많기나 해 겨우 30명도 안되게........

이거밖에 없냐니까 안다녀서 그렇단다...나원참!!!

망자의 큰아들 나이가 낼모레 육십인데 장사치르는 날 모인 사람이 없다.

마을사람 몇하고 그의 가족뿐 상주들 친구가 하나도 없는게 아닌가.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는지 너무 어이가 없어 애꿋은 술잔만 비우며 상여를 메고 갑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중고등학교까지 마친 망자의 자식새끼들.  삶이 웃기지 않은가 말입니다.

것도 부친 뭍을때도 그러더니 모친 뭍을때도 어이없이 똑같아 마무리 짓는 순간까지 씁쓸한 기분에 발길을 돌렸답니다.

그렇게 살려면 무인도 가서 살아야지 안그러면 민폐끼치는거 잖아 이거.......개뿔이야!! 

 

요즘 딱 한가지 신나는 일이 있다.

아시안 게임.

수많은 웃지못할 사건사고들이 생겨나는 지금 그래도 웃을수 있고 박수 칠수있다는건 참 다행이다.

날씨도 으슬으슬 쌀쌀한데 이마져 없었다면 초입의 겨울은 한겨울로 가는건데 들려오는 금메달 소식이 세상을 녹이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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