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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내가 나이를 먹은게야......

by 아스팜농장 2011. 8. 26.

 

당귀꽃

 

독활꽃(땅두릅).(이른봄 두릅처럼 새순을 따서 먹는 한약재)

 

내가 나이를 먹은거야 아님 건망증이 생긴거야. 이런  개뿔 !!!

요즘 시간에 쫓기다 보니 뭐 하나 맘에 들게 정리되는게 없어 다시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내가 봐도 정신이 없긴 없나보다.

하우스에 물을 대고 모터 앞 밸브를 잠궈 놓고도 다른곳에 가선 잠궜나 안잠궜나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돌아와서 다시 점검 하기도 한다,

 

가장 위험하고 아찔했던 시간이 있었다.

삼일전 밭에서 호박 따고 집에 와 요기를 좀 하려고 깨스 렌지에 불을 켜 놨고 그날따라 옆집 육이오 참전용사 집에 부대 병사들이 와서 청소를 한다고 이것저것 빌려달라 하고 그래서 밖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집하장에 호박 보내려 그냥 내려간거다.

그날따라 마을회관 이층 올려놓고 점심을 먹는다나 뭐래나 그러면서 회관으로 오란다.

아무 생각없이 안으로 들어가서 점심상을 받고 먹으려고 하자 그제야 주방에 깨스렌지 생각이 났다.

아이쿠 ..... 이거 큰일 났다.

한숫깔 뜨지도 못하고 바로 일어서서 집으로 달려 올라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 방에서 연기가 창문으로 나오는게 아닌가.

잽싸게 옆문으로 뛰어가 주방 문을 여니 깜깜한게 아니라 아예 앞이 안보인다.

그날따라 마누라가 작은 냄비에 고깃국을 떠놓고 간거라 이게 다 타서 숯이 됐고...

문을 여는 순간 냄비뚜껑이 들썩거리며 불꽃이 일어나는게 보이고 연기는 말로는 표현할수가 없이 기가 맥히고 코가 맥히는 순간이다.

가스불을 끄고 냄비를 밖으로 내놓고 문을 있는대로 다 열어놓고 선풍기 두대를 세게 돌리고 말도아니다.

냄비에 고기가 탄냄새가 집안 어디도 안나는곳이 없다.

냄새야 그까이꺼 그렇다치고 불 안난거만 해도 참 다행인데 사람의 생각이 단순하다.

냄새때문에 아주 환장하겠다.

이걸 없애야 하는데 쑥을 태워 연기를 내봐도 그렇고 냄새제거제를 뿌려도 그렇고 미치겠다.

그런데 피죤을 좀 진하게 물에 타서 스프레이로 냄새 배인곳에 뿌려주면 없어진다고 해서 그리 해 봤다.

하루가 지나니 진짜로 거짓말처럼 없어 졌다.

이것도 참 기가 막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도 안 없어지던 냄새가 간단히 없어 지다니......참 나원.

이래서 아주 진하게 액땜 한번했고 그래서 얻은 교훈은 음식은 여자가 해야한다는거...ㅎㅎ

큰일 날뻔했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이삼일이 지나고 요즘은 호박 봉다리 씌우는 일때문에 진짜로 정신이 없다.

하루 900~1,100개 정도 씌우려니 아주 죽을 맛이다.

아침저녁엔 둘이 씌우고 낮엔 작물관리와 시비 등등 그런 일을 하고 밥은 두끼만 먹고 아침은 건너뛰다가 빵이나 우유로 때우고 삽니다.

밥 안먹고 벌고 호박따서 벌고 이렇게 양쪽으로 버니 조만간 곡간에 거시기 쌓을곳 없어서 곡간 빌려달라고 하면 누가 좀 빌려주이소.~~~하하하

 

고단한 하루가 가고.

내일은 토욜이라 밭이고 집이고 소소한 일들을 하고 다음주 열심히 일할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가락동 실시간 경매나 보고 안방으로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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