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2004.09.23)
낮과밤의 길이가 같은 秋分이다
이젠 밤이 길어지고 찬서리 내릴날이 머지 않았구나
어젠 아침기온이 많이내려가서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구름덕을 봤다
대목밑에 채소값이 높아진다
매일매일 다르게 올라가고 주문도 많이온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 적당하게 유지돼야하고
생산자를 생각하면 ......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경쟁에선 무조건 이겨야산다
이게 철학이고 이게 법인게다
개똥철학한답시고 뭐가어떻고 뭐는 그랬고.......
아무 소용이 없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매몰찬 인간이라 해도 어쩔수없는게
오늘 틀리고 내일 틀린게 자재비고 생산비다
하여튼 난 오늘도 올라뛴 가격땜에 일단 기분좋고....
큰밭의 강낭콩을 마무리한다
덩굴은 이미 나이를먹어 황천간지 오래고
간간이 남아있는 꼬투리가 자리를 지킨다
버리자니 아깝고
팔자니 상품성이 떨어지고 .,.......
그래도 깨끗이 손질을 하여 몇박스 포장을 한다
작은밭 오이후작의 콩은 두 번째 딴다
꼬투리가 뽀얀게 아주 보기좋다
속을벌려 콩을보면 색깔이 불그스름한게
새색시 볼모양 통통한게 앙증맞기까지하다
추석송편에 속을넣어 빚어내면
밤맛같은 느낌이 전해져오고
햅쌀에 얹어 밥을해도 그맛이다
이것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번 따려했던 늙은 호박을 오늘딴다
몇 개 안되는줄알았는데 풀숲에 숨어있는 것이 나타나고
손수레에 실어보니 열두개다
맷돌처럼 생긴 호박이라서 맷돌호박이라 부른다
동그란게 납작하고 주름이 깊게파여서
꼭 꽃을 보는듯하다
곱게도 늙어서 보는이로 하여금 탐내게하고
주름깊은골에선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말하고
반대쪽 주름선은 속절없이 퍼붓던 빗소리를 들려준다
" 호박의 일생~~~ 그래도 넌 호박일뿐야......하하하 "
이웃집 아주머니가 좀 주었음 하는투다
그러나 줄수가 없다
그집도 있거니와 하여튼 적당히 핑계로 둘러댄다
그보단 명색이 시골 농분데 멀리서 오는 동생들 챙겨주고
또한 오가다 들리는 손님들에게 슬쩍 옆구리에 한개 찔러넣어주면
그나 내나 마음또한 넉넉해진다
내가 줄 수 있는 정을 이렇게 내어준다
그러다 한겨울 눈빠진 어느날 한덩어리 솥에넣어 끓여놓고
한뎃잠 하루재워 얼음처럼 차거운 호박죽을 한그릇 해치우는 기분
어디다 비길소냐.........
밤하늘 별이 맑다
반쪽의 달이 은은히내려오고 그속에서 나를찿아본다
토끼가 방아찧고 은하수 한가운데 돗단배 흘러가는 명절이되면
식솔들 한둘씩 모여들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린아이 재롱에
밤을 지새우겠지
명절이 지나면 타작을 해야한다
허구헌날 비가내려 만여평논바닥이 마를질 않는다
걱정이긴하지만 나야 콤바인 두대 감독만하다 RPC 공장에 납품하고
담날 통장만 확인하면 그만이지만
마른논바닥 작업이 훨씬 수월하고 버리는 낱알이 적다
연휴때는 비소식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슬슬 피로가 온다
또다른 내일을위해 오늘을 놓으련다
아~~함 졸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