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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농부의 하루

by 아스팜농장 2004. 11. 4.

농부의 하루(2004.11.04)

 

어제는 논 갈다말고 마을회관으로 불려왔다

아랫마을 간이상수도 通水式을 한단다

면장님이 오셔서 나를찿는다고 전화가 불이난다

 

회의야 자기들끼리하믄되지

왜나를불러.......

나야 고기구워 먹을시간쯤에 가면되는데

일하다 말고 회의에 들어가야하니 나원참.....!!!

 

한시간가량 머리를 맞대고 발전계획을 짜보고

건의도 하고 일단락지은다

과일이 상위로 오르고 돼지고기 구워서 접시에 담아오고

백설기 한접시 상위에서 김이난다

술이 빠질세라 소주병마개 힘주어 돌리고

연세순으로 한잔씩돌리니

분위기 무르익는다

 

면장님보고 건배제의하라하니

마을분들 그사이를 못참아 순서가 꼬인다

이케저케 건배하고나니 밖에서 익는 고기가 나를부른다

드럼통을 반으로 쪼개 불을피워 석쇠올려놓고 고기구우니

냄새또한 일품일세

솥에서 끓는 내장건져다 석쇠위에 구우니

모두 이것만먹네

이러다 한점도 못먹겠다싶어 얼른 큰걸로 하나집어들고

술을 외치니 젊은이장이 한잔친다

술술 잘도넘어가는구나

 

논을 갈러가야하는데 도통못가게하고 술잔만 안긴다

나도 취하믄 계속 고를 외치는통에 어제오후는 그렇게 회관앞에서

보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아들과 같이 집을나선다

직장으로 논으로 서로의 일터로 나간다

어제못한 일을 오늘 해야되기때문에 아침일곱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점심먹으러 올때만 트렉터에서 내려왔다

 

내가봐도 미련하게 한거같다

쉬엄쉬엄해도 될일인데 이렇게 하니말이다

내성격이 원래 목표가 설정되면 그날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집에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팔도 부들부들 거리고 영 말이 아니다

하루종일 트렉터 의자에 앉아 우측으로 몸을뒤틀고

앞뒤를살피며 덜컹덜컹 논을갈았으니

뱃속의 가난이야 말할것도없고 팔다리 허리어깨 고생 안한게 없다 

 

닭고기 국을끓여놨다

무우를넣고 끄린국에 고춧가루 한수저넣고 얼큰하게 뱃속가난을 달래니

세상에 이보다 편함이 있겠는가?

 

온돌보일러에 나무몇조각넣고 불을 지핀다

알루미늄 주름관연통으로 하얀연기가 하늘로 오른다

고요한 밤하늘에 구름처럼 떠가는 연기가

오늘따라 편안해 보인다

진돗개 한마리가 컹컹대며 짓어댄다

 

밖에 누가 왔는가?

오늘밤 기쁜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이웃을보는 정겨움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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