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은 일찌감치 마치고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일찍이래야 오후 5시이니 남들이 보면 일과 끝이겠구나 하지만 농촌의 일손은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 어둑어둑 해져야 비로소 끝을 낸다.
그러니 나야 오늘 꽤나 일찍 끝을 낸 하루였다.
요즘 나는 하우스안의 오이 키우느라 정신이 읍다.
두럭 옆에난 풀을 뽑아야 하고 접붙인 마디에서 호박 순이 커나오니 이거 또따주어야 오이가 제대로 큰다.
조금 늦어지면 호박순이 오이보다 먼저크니 별수없이 매달려야 한다.
진짜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밭고랑 풀이다.
뽑아도 뽑아도 커 올라오고 어쩌다 제초제라도 치면 영 보기싫어서 가능하면 괭이로 벅벅긇어대고 손으로 뽑고 끝이없다.
날씨가 하루가 틀리게 더워진다.
매스컴에서 발표한 것을 관상대가 뒤집고 그덕에 미리 냉방기기 산 사람들은 속이 뒤집어져서 그거 어쩌려나 모를일이다.
100년만에 더운날이 아니라 일년간 적산온도가 높다는 것을 호들갑을 떨고 난리를 쳐 댔으니 우리같은 민초들이야 더우면 웃통벗어 제끼고 등짝에 시원하게 물 한바가지면 여름나는 것을 좀 참아보질않고서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댔다.
오늘 낮에 한참 밭에 관수를 하는데 이웃집 아줌마가 콩물 국수를 먹으란다.
내밭에 집이 있어서 매일 보는 이웃이면서 사람들 좋아 항상 웃는 얼굴들이다.
더운 점심때 배도 출출하고 갈증도 나는데 콩국수라면 최고의 음식 아닌가.
이것저것 다 치우고 작업장으로 가니 거기 오이무침 한접시 국수 한그릇이 있다.
시원하게 콩국을 들이키고 호면을 먹고 나니 점심은 해결된듯하다.
먹는김에 글로 쓴 술한잔 해보자.
원래 술의 음주 행태는 세가지 로 나눌수 있는데 수작(酬酌),독작(獨酌),대작(對酌)이다,
수작이라는건 서로 잔을 돌려가며 마시는 우리의 고유(?)모습이고 독작은
내가 마시고 싶은만큼 스스로 따라 마시는거고 대작은 잔을 쳐들고는 축원이나
좋은 덕담을 하는것이니 우리도 회식이나 연회에서는 으레 행해지는 행태다.
건배나 지화자 좋구나 등으로 행하여 지는 건배잔속에 너나 나나 마음이 녹아
있음을 우리는 알수있다.
코큰 사람들은 남아있는 삶에 복받으라고 한다니 우리도 뭐 비슷한거 따로 하나
만들어 해봄도 괜찮을꺼 같은데 오늘 한번 해볼까나....
이딴거는 어떨까....“나쁜놈 몰아내기” 라든가 “도둑놈 없애버리기”라든가 해서
요즘 뒤틀어진 심사를 풀어봐도 될듯하다.
이게 전국으로 퍼지면 테레비 할일이 없을테니 시청료 내리기라도 하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금상첨화가 아닌가.
난 오늘 對酌으로 마무리하려합니다.
“나쁜놈 몰아내기”..!!!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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