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등산을하고 촐싹거리며 봄을얘기했더니
그새 시샘을하네.
늦게부터 내리던비가 싸락눈으로 변해 후둑후둑 뿌려지더니
이내 떡가루처럼 부슬허니 흩날린다.
나무보일러를 겸용으로 때고있으니까 밤이면 두세번 보일러실의 문을열고 나무를 투입하면
연통으로 나가는 연기가 그토록 보기좋은걸 오늘은 눈이내려 쳐다보아도 티도 안난다
맑은날밤 별이총총한 하늘에 그것도 차가운 한기를느끼며 바라보는 연기는 수채화 배경이
하늘에깔리고 총총한별이 반짝이며 화가의 부드러운손길이 마냥 그려대는 모습처럼 거기에
나도 빠져들곤한다
그래서 잠못드는밤이면 괜스레 장작몇개피 집어넣고 멍하니 하늘을바라본다
바람이없고 잔잔한 밤이면 곧게올라가는 연기는 정말로 멋을더하며 내 옛기억을 회상케한다
어렸을적 아마 국민학교(그땐) 졸업때쯤 서울어느 친척집에 놀러갔는데 그때가 겨울쯤인걸로 기억
된다.
몇일간 떨어져있는데도 집이 그렇게그리워질수가없어서 눈물도흘리던 그무렵 내둥지로 오는날이었다.
서울마장동 터미널시절 버스를타고 오는길이 홍천을좀못와서 양덕원이라는곳이있는데
그때가 저녁 밥지을때라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정말로 내집이가까웠음을
느끼며 괜히 반가움에 눈물이나더군.
지금이야 다들 깨스로 밥짓고 하지만 그땐 어느집하나 나무로 구들장덥히지않는집이 없던때라
지붕한쪽엔 어김없이 둥그런 굴뚝하나쯤 세워져있었지.
그런추억에 목말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아니 하늘로 오르는연기를보면 제일먼저 그생각하고 씨익웃곤한다.
그런데 요즘그게 달리보이더란말씀이야.
지난해 호주연수중 어느시골의 농가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못잊어 자주 밤하늘 별을보는 습관이 생겼다
남극이 가까운곳의 별빛은 정말로 바람불면 떨어질것같이 느껴진다.
내가사는 이곳도 불빛이없는 밤엔 초롱초롱하지만 그곳이 잊혀지지않음이다
그런데 이젠 고요한 밤하늘별빛이 가슴에와 닿는단 말이다. 마치 하얀종이위에 밤하늘 깔아놓고
빛나는 별위로 한줄기연기가 가고싶은대로 오르고 오르다 제풀에 지쳐 흐느적거림이 묽게탄
물감의 그것처럼 내게로 다가오는것이다.
나무보일러 열기가 바지춤을 덥히고
윗도리점퍼깃에 따듯함을 느끼면 비로소 남이아닌 나로 돌아온다
눈이 제법내리는구나. 신발벗어 툭툭털고 방으로 들어와 리모컨을틀어댄다
뉴스에선 대설경보가내려지고 여기저기 소식을들려준다. 이러다 하우스나무너지면 겨울에 뭐빠지게
일하게생겼다. 어짜피 편히자긴 다틀렸다
눈이 많이오고 또온다
한나절을 넉가래들고 밀고 쓸고하며보내니 머리에서 김이나고 그덕에 눈도 녹는다
하루종일 눈하고 씨름하고나니 어깨가 저려온다. 어찌알았는지 회떠서 한접시놓고 초장에 고추냉이 뜸뿍섞어
코에서 바람날정도 맹글어놓고 술한잔하란다~~~~~~에헤라디여~~~
'농부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담그는 날..... (0) | 2005.02.21 |
---|---|
일터.... (0) | 2005.02.17 |
등산하며 땀흘리기... (0) | 2005.02.15 |
정초의 나들이... (0) | 2005.02.13 |
조용히 설날은 가고..... (0) | 2005.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