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씨가 비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아침의 하늘은 맑디맑다
영낙없이 속고만 예보에 짜증도 나지만 온도는 푹하니 봄같은느낌이다
오늘쯤 충주쪽으로 가다보면 엄정이라는곳이 있는데 거기 철근으로 만든 개장이
있다고하며 가져가라해서 가려던참이었다
엊저녁 날씨언니땜에 일정을 취소하고 있던참이었다
집에있으려니 갑갑함을느끼며 무엇을할까 망설인다
에라 등산이나 가자고 생각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는 싸구려 등산화로
중무장한다
이곳은 산골이라 어딜가도 뻔한지형이고 조금은 가파르다
꺾어진 나뭇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경사진곳을오르며 숨을고른다
일단 산등성이를 올라야 길을따라 오르고 쉬면서 자연을 즐긴다
울창하게자란 나무들이 빼곡히둘러쳐진 소롯길엔 고라니 자고간 흔적이보인다
따듯한 양지녁 소롯길엔 이름모를 산짐승이 오간다
낙엽이 발목을덮고 삭정이 가로놓여 짚고가는 작대기로 대충길을내며 땀흘리며 오른다
바람이불어대던날 등성이 한곳이 새빨간 살을 들어낸다
자다가놀란 고라니 한마리가 자욱을남겼다
쪽발의 작은발이 찍고간 모습에 미안하기까지하다
높은산 꼭대기는 으시시하기도하다
혼자하는 산행에 솔직히 무언가 나올것같은 느낌에 괜히 소릴질러보기도하고
숨차고 땀날땐 햇살가득한 아늑한 훔치에서 핸드폰꺼내 전화도 해댄다
아무도 다니지않은 산길에 홀로가는 느낌이란 가히 상상으로도 충분하다
빽빽한 나무사이로 길이 뭍힌다
돌아서 오던길을 다시내려갈까... 아니면 계획대로 나아갈까...
잠시망설이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길이 없어지고 능선을 탄다
산짐승 가는길로 뒤를밟아본다
금방지나간듯 낙엽이 뒤집혀져 바래지않은 갈잎의 색깔이 발자욱과 더불어 이놈의 크기를
알수있다
아마 멧돼지같다. 또하나의 주인을 잠깨워보내고 그길을따라 내려오고있다
한참을지나니 참나무 중간쯤 겨우살이가 기생을하며 파란색을 내어보인다
딱 한나무에 그렇게 붙어사는게 어디서 왔을까하는 궁금을 물어본다
잠시 숨을돌리고 내려오는 소롯길에 한포기 작은 생명이 힘차게 하늘을향해
잎을쳐든다
봄이가까이왔음을 양지쪽 새싹은 벌써 알고있음이라
겨우내 산새는 먹이를찿아 헤매이고
딱따구리 쪼는소리가 산허리맴돌쯤 해는 서산에 기우니 추운밤 지새울 소나무 가지속에
몸을숨기는 새들이 애처롭구나
지나는길목에 벌레있던 나무가 하얗게 속살을 드러냈다
야트막한 산길을 다내려올쯤 산토끼 한마리 후다닥달아난다
나 또한 깜짝놀라 "어이쿠" 외마디에 그놈은 더놀라 멀리달아난다
오랫만의 산행이 가슴속 모든걸 다버리고 오기엔 충분했다
다리도 피곤하고 등짝엔 땀이 흥건하다
이렇게 농부도 가끔산행을 즐긴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짜릿한 올가즘을 느끼며 농사 시작전을 알린다
오후늦게 어두워질쯤 어딜가라는지 가랑비가 내린다
촉촉히젖는 대지위 겨울끄트머리에서 가랑비를 맞고 서있다
'농부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터.... (0) | 2005.02.17 |
---|---|
눈오는날 굴뚝연기는.... (0) | 2005.02.16 |
정초의 나들이... (0) | 2005.02.13 |
조용히 설날은 가고..... (0) | 2005.02.10 |
아직 대목장이 하나더 남았는데... (0) | 200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