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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어떤놈 짓인고 허니.....

by 아스팜농장 2009. 5. 11.

 

고라니 통과한 그물망 

 

 그물에 남긴 흔적(고라니 털)

 

오이, 호박 심을 밭은 이미 다 만들어 놨는데 보기좋게 밭 한가운데를 통과한 놈이 있다.

수십줄의 고랑을 그것도 가운데로 통과하니 보기좋게 큼직한 구멍이 나있어 이른아침 해장꺼리로 일을 했다.

밭 인근에 한마리의 고라니가 다니는데 지난 금요일날엔 고추밭을 가로질러 구멍을 내더니 이놈이 계속 말썽을 부린다.

야생 동물과도 공존해야 하지만 이럴땐 너무 화가난다.

어떤 방법으로 타협을 해야하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접근금지를 시켜야하는데 아주 조심성 많은 동물이라 웬만한 속임수에는 어림도 없고 그렇다고 밤에 보초를 설수도 없으니 이걸 워쩐디요.

어느 그물망엔 다리가 걸려서 발버둥을 치다가 털을 그물 줄에 뭍혀놓고 어떤곳은 큼직하게 그물을 터쳐놨다.

요즘은 간간이 낮에 산에서 내려오기도 하는데 멀찌기 보면 사슴처럼 이쁘지만  저 살곳이 아니고 사람사는곳으로 내려오면 묵시적 계약위반(?)이다.

요즘은 산에도 먹을 풀이 많은데 왜 밭으로 내려 오는건가?

고라니의 동선이 언제부터 사람의 밭 가운데란 말인가.......나 원참!!

가을 추수철엔 멧돼지가 피해를 주고 봄철 파종기엔 까치, 꿩, 비둘기가 파 헤치니 환경론도 좋치만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지자체별로 피해 보상을 해주지만 그건 사탕발림같은 수준이고 근본적인 장기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여간 그물을 꿰어 매면서 허공에 대고 "고라니 나쁜놈"을 내뱉었다.

 

시간은 참 빨리 간다.

허옇게 눈이 덮혀 있더니 어느새 녹음이 우거져 무성한 산을 만들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속.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들엔 한창 파종을 하고 논에는 모심는 농부의 땀이 가득하다.

우리 논은 20일쯤 심을 예정이다.

아카시아 만발하고 벌들이 한창 꿀을 모으는 그때 난 모를 심을꺼고 일하다 쉴때는 논두렁 걸터앉아 막걸리 한대포 따라 土地之神 달래고 도랑물 흐르듯 소리내어 목줄을 적시며 잠시 숨을 고를 것이다.

시계바늘이 또 한바퀴 돌아 내 발앞에 도착하면 농부는 어김없이  그림자 밟으며 논에 모를 꽂을것이다.

그게 쌀로 보일때면 지금처럼 난 또 거기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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