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농사가 오늘로 모두 끝나고 이제 나머지 정리작업만 남았다.
긴시간의 농사여행,
마지막 호박박스를 차에 태우면서 그간의 일들을 떠올린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일년의 생을 게눈감추듯 훌쩍 넘겨버리고 이파리 다 떨구어 버린 밭고랑 덩굴 아래 앉아본다.
하늘이 맑게 보이고 부근의 산허리도 속살이 보인다.
(첫얼음 얼다)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들더니 두어번의 서리와 영하의 기온에 막무가내로 맞서다가 기력이 다했는가 벌써 낙엽을 날리고 스산한 느낌을 풍긴다.
하우스에 매달린 봉다리 호박을 모두 따고 덩굴을 자른다.
(노지는 정리중)
일찍온 서리에 속수무책 당했지만 씌워 놓은 봉다리는 좋든 나쁘든 선별하여 출하를 마쳤고
그 오묘한 하늘의 뜻을 누가 알리요.
(꽃도 안피고 크는 호박)
(기온이상으로 개화되지 않고 저만큼 컸네요.장갑 벗은 손이~~ㅎㅎ )
다음주부터는 연속 삼일 선진지 견학에 기술원 회의 등으로 출타를 해야하니 어짜피 잘된일이다.
농사일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않고 있었더니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찿아대고 불러대고 그러네.
년말이 다가오고 여러 모임도 계속 있을것이니 시간나는대로 부지런히 정리작업을 해야한다.
물 호스를 걷어내고 물탱크 남은 물도 다 쏱아낸다.
양수기 모터도 전원 빼고 양수기 배출구 뚜껑도 열어 동파에 대비한다.
이런일은 생각날때 해야지 안그럼 깜빡잊고 있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몇십만원 간단히 떡 사먹는다.
예전에 경운기 냉각수도 빼야지 빼야지 하다가 깜빡하여 돈좀 들였던 일이 있은후론 지금은 정리작업중 제일 먼저 이 작업을 한다.
작업장 콘티박스를 모두 차에 싣고 나니 넓은 작업마루가 훤하게 시원하다.
시간나는대로 올 농사의 분석과 내년농사 대비를 해야한다.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는데 올핸 관리기 휴립기로 두둑을 만든게 큰 착오였다.
나는 구굴기를 사용하는데 원치않는 시행착오로 많은 수업료 낸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띵 해진다.
내가 개발하고 나의 생각에 맞게 하는게 내농사 성공의 지름길인걸 수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팔랑귀(耳)가 되어 후회를 남긴다.
올겨울 월동준비가 끝났다.
난방용 화목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앞마당에도 가득 쌓고 고추밭 빈자리에도 가득 쌓았다.
대형화물차 사업하는 친구한테 부탁하여 화목용 나무를 알아보라 했더니 연결해준다.
홍천쪽에 있는 사람인데 화목만 전문으로 싣는 사람이다.
화목 1톤에 85,000원.
운송료때문에 18~20톤 실어야 자기들 운임이 나온다네.
참나무로만 한차분을 주문하고 전화를 끊고 삼일이 지났는데 예고도 없이 점심때쯤 전화가 와서 오늘 나무를 싣고 오겠단다.
한차가 장난이 아니다.
5톤 장축에 뒷바퀴 축하나 더 달린 화물찬데 18톤을 싣고 오니 뭘로 내려?
인근 전방에 공사하는 포클레인이 있다하여 회사 간부한테 부탁하여 나무차와 장비를 동시에 도착시켜 밀어 옆으로 내리니 18톤 양이 많다.
이게 참나무라 숯가마나 찜질방으로 가는거란다.
화목으로는 아주 딱이다.
이걸로 나는 2년정도 난방을 하는데 충분한 양이고 문제는 저걸 날라야 하는데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뭐 무식한게 최고라고 트럭대고 힘으로 들어 싣고 운반을 하는데 어깨고 팔이고 땡땡하다.
근육이 난리다.
진짜로 무식하게 삼일동안 다 나르고 저녁에 자려고 누웠는데 어깨가 저려와 진동안마기로 한참을 두드려 진정을 시키니 한결 부드럽고 편안하여 잠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풀렸다.
아직은 써먹을만한 육신이 대견하다.
아마도 월동준비 마친 상쾌한 기분이 그 피로를 잊게 했을것이다.
이제 난 해방된 민족이다.
아침에도 느긋이 일어나 조반을 먹고 쫘악 퍼진 햇살을 밟으며 사뿐사뿐 일을 할것이다.
그나저나 세월이 벌써 이렇게 된거야? 나.원.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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