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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가을걷이

by 아스팜농장 2011. 10. 13.

 

논가에 심어놨던 들깨가 서리를 맞아 베어놓고 하우스 옆 들깨도 모두 베어 뉘였다.

 

딱 한통 들어있는 토종벌은 지금도 꿀을 나른다. 서리 온 늦가을인데도.....

 

몇일동안 바빠서 다닐곳도 못다니고 쎄가 빠지도록 헉헉대며 일을 했다.

비가 온다고 일기언냐는 테레비 화면에서 지도로 설명하는데 나는 그거 볼 겨를이 없이 귀로만 들으며 가만가만 잠속으로 빠져든다. 

가을은 이렇게 한뼘의 햇살도 아쉬울 정도로 농부에겐 아까운 시간이고 그걸 쉽사리 놓치고 싶지않아 뒤돌아 볼 겨를 없이 앞만보고 나아갑니다.

여기저기 늘어진 가을걷이는 일년을 돌아보게 한다.

이른봄 논을 갈고 물을대서 못자리를 하고 흙탕물 일으키며 찰싹찰싹 모를 심던 오월의 중순쯤 온 천지는 푸르름으로 확연히 변해있고 그즈음 밭에선 오이가 덩굴손을 뻗어내며 힘차게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오른다.

이제 어느정도 숨 고를 시간이 있나 했더니 하우스며 밭고랑엔 손댈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하나를 하면 둘이 손길을 기다리는데 그늘을 그리워하는 시절이 왔다.

지금부터는 수확의 기쁨이랄까 매일 출하하는 오이박스에 기쁨이 뭍어나고 잔고가 늘어나면서 얼굴엔 태양의 그림자가 그와 버금가게 늘어갑니다.

 

봄엔 며느리를 들로 내보내고 가을엔 딸을 내보낸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슬쩍 미소를 지어본다.

이렇게 봄 햇살과 가을 햇살은 길고 짧음도 있겠거니와 뜨거운 열기도 차이가 있지요.

이래서 그랬나 옛날 시집살이가 아마 그때부터 매웠다는 야그~~~ㅎㅎㅎ

야그가 삼천포로 빠졌다.

저번에 무서리가 와서 노지의 윗쪽 호박잎은 다 말라버리고 남아있는 성성한 이파리가 어린 애호박을 키워내 여러날 따냈다.

이젠 그것도 동이나고 인큐봉다리 반쪽의 아이 주먹만한 호박만 바람에 흔들린다.

밤낮의 기온차가 20도 넘게 나니까 생장기능이 거의 마비가 되고 햇빛에 비치는 이파리는 막바지 안간힘을 쓴다.

이제 일주일에서 열흘정도가 계절의 한계다.

농사를 짓다보면 절기를 무시할수 없고 그게 맞아 떨어질땐

아~~~!!  

벌써 이렇게 됐나? 를 입안에서 되뇌인다.

 

이틀에 한번씩 호박을 출하한다.

아침 일찍 하우스 호박을 따놓고 나머지 갈걷이를 하는데 다른건 거의 다했고 남아 있는건 고추밭 정리와 들깨 털기, 서리온뒤 호박덩굴제거와 논갈기, 호박덩굴 다 제거 되면 하우스며 노지 밭 갈아엎기다.

오늘은 고추밭 정리를 했다.

고춧대를 한쪽으로 제치고 지줏대를 뽑고 멀칭 비닐을 제거한 뒤 덜마른 고춧대를 펼쳐 놓는다.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기분은 내년 농사를 걱정합니다.

올해 탄저병 잡는 법을 알았으니까 내년엔 걱정없이 고추농사를 지어 보려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에헤라디여다~~~♪  

 

가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몇일전만 하더라도 산허리 단풍은 끄떡도 안했는데 지금은 모두 울그락 붉으락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변해가는걸 보면서 넘어가는 달력을 쳐다보게 된다.

단풍이 진하면 진할수록 속살을 들어내는 자연의 섭리에 쓸쓸함이 더 뭍어난다.

높은산 바람 한줄기에 나뭇잎 부댓기는 소리가 가을을 점점 멀리 밀어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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