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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이런 날씨엔.....

by 아스팜농장 2007. 7. 10.

실로 오랫만에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이른 저녁을 먹는다.

부산서 보내온 조기를 굽고 가지 머위 노각오이를 무치고 볶고 굽고하여 아내는 밥상을 차려놨다.

밥도 한공기 고봉으로 퍼놓아주고 둘이 마주앉아 수저를 들고 맛대로 멋대로 골라먹는 저녁이 이 얼마만인가.

 

오이를 따면서부터 저녁은 아홉시를 넘어야 먹었는데 이렇게 일찌감치 먹고나면 틀림없이 밤에 밤참을 먹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괜시리 배가 고픈것도 같다.

이럴땐 절에서 밥짓고 물깃는 불목하니도 귀찮다고 할텐데 곤히 자다가 밥차려 달라는 말에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ㅎㅎ

 

그건 그렇고 아침부터 오락가락 내리던 비가 오후 들면서 많치도 적지도 않고 그런대로 쓸만하게 솔솔 온다.

이런비를 보리장마나 웃비라고 하는건지는 몰라도 그냥 추적추적 내린다.

비옷을 걸치고 밭을 돌아보며 엊그제 심은 호박을 살피는데 고개를 내미는 새싹을 쥐가 까먹는지 까치가 파내는지 꽤많이 망가졌다.

농사를 잘지려 애써도 이렇게 훼방을 놓는 꾼이 있으니 잡던가 �던가 옘병 지랄을 떨어야 저놈들을 무찔러 태평나날을 누릴텐데 걱정이다.

씨앗을사다 700주를 포트하고 부산을떨었다....개뿔 !!!

 

오이도 오늘은 햇볕을 못봐서 그런가 수량이 많이줄어 일찌감치 오후일을 마무리 할수있어 이렇게 느긋이 블러그질을 할수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라.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뭐든 보면 껄떡대고  여리꾼(호객꾼)처럼 이리저리 들랑대며 누구하나 만나면 끝장을 볼텐데 내일 일을 생각하면 곡주 근처도 가지 않는게 상책이다.

그러다 오늘 보낸 농산물이 높은가격에 경매되면 기쁨酒나 한잔하고 일찌감치 등붙이는게 내게는 맞춤이다.

 

여름이 익어가니 여기저기서 휴가니 피서니하며 숭숭대니 나 역시 마음이 동動하는데 어디 농삿꾼이 맘대로 나댕길수가 있어야지를. 

무슨 모임이다 무슨 회의다 육씰허게 연락은 오는데 지금의 나에겐 쇠귀에 경을 읽는격이니 하나마나다.

 

가끔.... 아주 가끔 일하기 싫을때가 있다.

이럴땐 삐딱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싶지만 가진 못하고 맥주한병 나발을 분다.

목구녕이 싸아하면 울대에 가려졌던 욕심도 감춰놨던 미련도 다 날라가고 집어드느니 매꼬모자요 가느니 하우스라 천상 농삿꾼 기질을 타고났는지 내가 봐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저녁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이대팔로 가르매를 타고 반바지에 티를입고 잠깐 집앞에 나갔는데 이웃 아짐이 나를보고 하는말....... 누가 보면 이이를 농삿꾼이라 하겠어 이런다.

나... 일할땐 죽기살기로 일하고 비가오거나 눈이 오거나 그날 할일은 이르건 늦건 해치우는 성격탓인지 몰라도 남들이 보면 엄청 일하는 모습일께다.

그러다 노는날이면 반들하게 차리니 누가봐도 출퇴근 스탈이니 헷갈리는건 나도 마찬가지다.....ㅎㅎ

 

어쨌든 오늘 일찌감치 눌어붙어 블러그질을 하는걸보면 나도 어쩔수없는 속인인게 분명하고 어떨땐 농삿꾼이고 어떨땐 낚시꾼이고 또 어느날은 세상 최 고수인 백수인거다.

 

어라.... 실시간 경매시간이네...

경매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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