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부의 하루

잠 못드는 밤

by 아스팜농장 2011. 11. 6.

비가 온다.

그렇게도 가물었던 배추밭 고랑에도 빗물이 고이고

비닐하우스 지붕위 먼지도 싸악 씻겨져 말끔해졌다.

눈이 오면 사람의 기분도 잠깐 하얗게 바꿔지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무거운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한다.

밤새 비가 내렸다.

그것도 소리내어 밤이 새도록 처마밑 돌팍을 두드리며 잠못드는밤 비는 내리고를 부르게 하는구나.

 

어제 참나무 장작을 팼다.

겨울 난방을 위하여 사놓은 화목인데 나뭇값 운반비 하차비하여 거금 165만원들여 18톤을 사서 쌓아놓고 필요한만큼 그때그때 기계톱으로 잘라 도끼로 마님마님 부르며 머슴 놀이를 한다.

한 일주일 땔만큼 장작을 만들어 쌓아놓고 불을 지핍니다.

참나무 젖은거라 갑자기 활활 타지는 않치만 일단 쏘시개로 열받게 만들어 불만 붙으면 화력이 대단하다.

밤새 방안의 온도를 38도까지 올라가게 하고 잠못드는 밤을 만들어 홀딱 벗어제낄까 하다가 그래도 으뜸 가리개는 남겨두고 벗었다.

원래 우리방은 20도에다 맞춰놓고 사는데 이러니 방법이 없잖은가?

밸브를 잠궜어야 하는데 걍 대수롭게 생각하고 넘어갔드만 이런 젠장..!!

방문을 반쯤 열고 창문을 열어 제끼고도 밖의 온도가 높으니 그게 그거다.

저번에 늦게 따서 덜마른 고추를 주방에 널어놓고(한 바구니 정도) 불을 때라는 주문에 아무 생각없이 불을 땠고 그 덕에 사람도 비실비실 더워서 거시기 하다.

김건모가 부른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가 딱 맞아 떨어진다.

비오죠, 잠 안오죠, 방안 덥죠, 보일러 불은 활활 타지요,  워쩌란 말이냐 고요~~~~ㅎㅎ

 

가을이 가기 전에 일들을 마치려나 청첩장이 무섭게 날라든다.

아들 딸 시집장가 보내는 청첩장이 한 뭉테기씩 우편함에 꽂히고 간간이 칠순에 부고장까지 마를날이 없다

또한 무슨 행사나 모임의 초대장까지 아주 경사났다.

주말과 주일엔 대여섯장씩 부줏돈 챙기랴 봉투쓰랴 참 가관이다.

물론 십시일반 조금씩 보태 도와주는 정은 아름답지만 지금 봉투안의 사정은 그다지 웃을 일만도 아니다.

제일 낮은 부줏돈이 5만원이고 웬만한 관계는 10만원짜리가 주류를 이룬다.

예전엔 3만원도 감지덕지했지만 지금 3만원짜리는 볼수도 없다.

음식값 비싸지요 모든 물가가 올랐으니 그것도 오르는게 당연지사지만 웬만큼 벌어선 시골살이도 힘들겠다 이겁니다.     

아들 녀석이 빨리 장개를 들어야 하는데 있으면서도 엉뚱한 소리만 하니 난 허구헌날 부줏돈 챙겨들고 남의 국수나 축내는 일도 좀 쉬었다 하면 좋겠다.

아들딸 제짝 찿아주고 다니면 얼마나 신날까.

요즘은 그게 부럽단 말씀이여......

 

이런저런 잠못드는 밤이 였슴돠.

 

 

'농부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왔씨요.  (0) 2011.11.23
Small but Strong Farmer  (0) 2011.11.17
토종꿀 뜨다.  (0) 2011.10.29
생강밭 둘러보기  (0) 2011.10.29
농업박람회 사진보기  (0) 201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