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참 빨리갔다.
한해를 돌이켜 생각컨데 나이를 하나 더 먹고, 생각 하나 이마에 그리고,뱃살 조금 더 나온거....
이렇게 대애충 서두를 정해본다.
이른 정월 산천어축제를 즐기며 여러 지인들과 만나 술잔을 비울때쯤 산림과에서 금년도 근무자를 모집한다.
응시하고 중순부터 출근하며 얼음판 자원봉사하며 한달이 갑니다.
이월이 되니 은근히 날씨가 풀려 슬슬 마음이 급해 지더니 올 농사생각에 고뇌하게 된다.
무얼 어떻게 재배하고 어떤 기술을 어떤 노력으로 남보다 우위에 설수있는가 하고 늘 잠겨 살지요.
그러다 갑자기 논 한자리가 나와 덜커덕 일을 저지르고 땅을 샀죠.
등기를 하고 다시 논을 돌아보니 마을에선 문전옥답이라 대견합니다.
이렇게 또 한달이가고 꽃피는 춘삼월.
이때쯤이면 삼월이하고 손잡고 꽃놀이도 가고 에헤라디여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건지 갈수록 태산이라.
모종신청도 해야하고 씨앗도 다시 살펴야 하고 비료도 사야되고 암튼 낮엔 출근하여 사무실서 면내 산불감시 체크해야하고 순찰도 해야하고 방제차량이 불나게 돌아댕기죠.
아침 다섯시면 난 밭에서 쇠똥을 경운기로 하우스며 노지에 퍼나르다 여덟시가 되면 집으로 달려가 씻고 출근합니다.
이때부터는 아침이나 저녁이 따로 없게 농장일을 해야 제 시기에 작물을 심을수 있다.
이달엔 논밭에 퇴비를 다 내야 하고 다 펼쳐놔야 다음일을 할수있고 일이 밀리지 않는다.
사월이 되면 완연한 봄이 되어 온산에 진달래 붉어 노총각 노처녀 바람날때 난 할일이 여기저기 산재해 마음 추스릴 시간도 없다. 물론 낮엔 면사무소에 있고 새벽과 저녁에 남들보다 두배로 논밭을 갈아넘긴다.
트렉터도 이땐 한몪을 합니다.
우당탕 퉁탕 밭을 논을 고를때면 이마에 땀도 흐르지만 이럴때 흘리는 땀은 끈적이질 않아요.
도시에서 흘리는 땀은 끈적이지만 땅을 고르며 만지며 흘리는 땀은 아주 시원하고 손으로 훔쳐도 맑은 물처럼 쓰윽 닦이고 느낌이 개운한건 아직 이곳은 오염이 덜된 곳이라는걸 느낀답니다.
초순에는 못자리도하고 중순부터는 밭고랑에 비닐도 씌우고 본격적으로 파종준비를 하다보면 역시 사월도 눈깜짝 할 사이 지나가지요.
잔인한 사월이 가고 녹음이 우거지는 오월이 옵니다.
우선 오월이오면 오월의 노래가 생각나요.
민중가요인 오월의 노래.........가슴시린 달입니다.
이때부터는 더욱 마음 바쁜 달이 된답니다.
남들은 벌써 논에 물을 대고 모심을 준비를 하는데 나는 허구헌날 대낮엔 왔따리 갔따리 하다가 아침저녁일하려니 조바심에 마음 졸입니다.
우선 오이모종 맞춰놓은 육묘장가서 확인하는게 우선이지요.
중순쯤되면 심어야하고 모종을 보고 날짜를 정해야하니까 중요한 일입니다.
농사의 가장 중요한 모종을 점검해야하니 신경이 쓰입니다.
남이기른 모종이 맘에 들때도 있지만 어떤때는 형편없을때도 있거든요.
정신없이 오가며 밭과 논을 쑤석대 논엔 벼를 심고 밭엔 오이호박을 심어요. 또 옥수수도 먹을만치 심고 메주쑬 콩도 심고 밭 한귀퉁이엔 상추며 쑥갓, 그밖에 채소를 심어 한여름 더울때 찬밥에 쌈싸먹을 준비를 해요.
오월 15일부터 20일까지는 그야말로 피나는 일을하고 밤이고 낮이고 모든 정열을 쏟아부어요.
하필이면 20일까지 근무기간이라 겹친데 겹쳐서 죽을맛이지요.
이렇게 오월은 정신없이 지나다가 20일이 지나면 한숨 돌리지요.
좀 여유가 옵니다.
일나가던거 안가죠, 바쁜 농삿일도 모종 다 심고, 논에 모도 다심고 논두렁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 부을 여유도 있다.
국도 옆이라 지나가는 사람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하루해쯤 넘기는건 참 쉬운일이죠.
말일쯤 되면 오이 이파리가 손바닥만해져요.
이화에 월백하고....... 우리 밭뚝이 딱 이래요.
아주 보기 좋을때죠.
유월엔 무릎으로 박박 기는 일들이 많아요.
하우스나 밖이나 이파리 따고 곁순따고 논에 다니며 가지거름(웃거름)주고 자라는 상태를 점검하지요.
자식 돌보듯 주인의 발자욱소리에 자라나는 곡식을 보며 한번이라도 더 돌아보며 주의깊게 살펴 남보다 나은 농사짓기에 힘씁니다.
하늘과 동업하는 농부의 할일이 뭐 딱 정해진게 있나요?
보이는 대로 바쁜 순서대로 부지런히 시기맞춰 하면 되는걸 말입니다.
중순이 넘어가며 하나둘 오이를 땁니다.
처음에 한두짝 따다가 매일 곱하기로 늘어나는 수량을 감당하기란 밤잠을 줄이는 겁니다.
불켜놓고 박스에 포장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관리하며 오이따고 늘 다람쥐 체 바퀴돌듯 같은일을 반복합니다.
슬슬 통장에 쌓이는 머니를 보면 뭐니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는걸 일하면서 느낌니다.
가격이 좋으면 죽도록 일해도 안 힘들고 가격이 낮으면 보기도 싫은게 인간의 이중성이다.
가끔 삼겹살에다 쐬주도 이땐 먹어줘야 합니다.
안그러면 쓰러집니다~~~ㅎㅎㅎ
칠월초엔 이기작 모종을 부어요.
여름 육묘는 15일이면 정식을 하니깐 여름철 피해 안받게 특별히 신경을 쓰고 똑같은 나날이 계속된답니다.
하순쯤 되면 가격이 좋든 나쁘든 전작 덩굴을 걷어내지요.
올해 오이덩굴 걷을땐 하루 매출이 오십에서 육십만원씩 오를땐데 덩굴을 자르니 다른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대요.
난 아주 정상인데 말입니다.
이때쯤이면 챙길건 다 챙긴 상태고 남들보다 일주일 먼저 끊으면 수확할땐 남들보다 이주일 먼저 딴다는걸 이사람들은 모르는거지요.
이게 가장 큰 거시기 인것을..............ㅎㅎㅎ
팔월이면 논엔 벼이삭이 다 올라와서 퍼런물결을 이룹니다.
서서히 고개를 숙이며 누런색으로 변할땐 논두렁에만 서도 배가 불러요.
이맛은 농삿꾼만 아는 재미죠.
열나게 부지런히 수확하며 이때쯤 통장 잔고 확인하고 스을슬 웃어봅니다.
구월도 시월도 바삐 지나요.
조석으론 선선한 바람이 일고 옷소매도 길어집니다.
밭뚝의 밤나무는 벌건 알밤을 떨구고 배나무 배도 꽤큰 열매를 흔들어 댑니다.
까치 까마구가 맛있는 배만 골라 찍어놓고 덜구고 어떤 배나무엔 배가 한개도 없어요.
이놈들이 떼로 앉아 모조리 절단을 낸거죠.
하도 그래 바닷가에서 그물을 가져다 씌워놨더니 그제서야 뜸하더라구요.
구월 말쯤 벼를 베고 햇볕에 말려 방아를 찧어 이밥 한그릇 쌀독위에 올려 대명천지 토지지신께 감사를 합니다.
이건 울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하늘에 감사하고 가족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무언의 표시라고 할까 암튼 그런거죠.
밥맛이 참 좋아 탄성이 납니다.
벌써 내년 농사지을 쌀까지 미리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라는걸 아시나요?
시월 중순쯤 되니 서리가 오네요. 비로소 농사의 모든 일이 끝나는 겁니다.
호박 이파리가 쪼그라 들고 모든 식물의 생이 끝나갑니다.
슬슬 겨울 채비를 해야하고 준비를 해야합니다.
다만 김장 배추는 홀로 청청하니 밭에 서있고 아직 정해지지않은 김장하는날을 농부의 아낙은 점치고 있나봐요.
그리고 십일월의 어느날 400여 포기의 배추는 김해김씨 문중의 겨울 반찬으로 또는 주인의 아는 어느집의 식탁에서 웃고 있겠지요.
기축년과 경인년의 사잇길에서 일년을 돌아보며 난 무엇을 했는가 하고 물어오면 어떤 대답을 할껀가 생각에 잠겨봅니다.
열심히 일했고 신나게 살아온 날이였다고 말할수 있나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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